본문 바로가기
경제

폭염·태풍에 추석 차례상 물가 들썩...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26.
728x90
한국물가협회는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지난해 추석보다 9%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배를 구매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9%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폭염·태풍 등 기후요인에 따른 먹거리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는 지난 22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 품목별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이 28만7100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9.1%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전 추석 차례상 비용(19만8610원))보다 44.6% 늘어난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조사대상 28개 품목 중 5개를 제외한 23개 품목이 모두 가격이 올랐는데, 특히 도라지·고사리·곶감·대추·밤·배 등은 지난해 조사 때보다 가격이 20% 이상 급등했다. 

 

추석 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00차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추석 민생 안정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또한 전날 열린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추석 장바구니 물가를 비롯한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최근 1년간 물가 상승 10%는 ‘이상기후’ 탓

 

정부가 차례상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먹거리 물가가 오른 배경에는 계속된 폭염이나 태풍과 같은 기후 요인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물가협회는 추석 차례상 비용이 오른 이유로 ‘기후’를 꼽았다. 오충용 한국물가협회 조사본부장은 “예년보다 이른 추석 시기와 폭염, 태풍 등 기상 변수로 인해 채소와 과일류 가격이 올랐으나 축산물 가격은 안정적”이라며 “사과와 배 가격도 공급이 증가하며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는 이미 물가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이상기후로 인한 충격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 10%가량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상고온 ▲이상저온 ▲강수량 ▲가뭄 ▲해수면 높이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된 기후위험지수(CRI)를 구한 뒤, 해당 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산업생산지수(PI) 간의 상관관계를 기준기간(1980~2000년)과 최근기간(2001~2023년)의 두 기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결과 CRI는 두 시기 모두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는데, 최근에는 과거보다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소 감소한 반면 지속성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상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식료품 물가로 한정해 살펴보면, 지속성뿐만 아니라 영향력 또한 과거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 들어 자유무역협정(FTA) FTA 등을 통한 수입 증대에 따른 농축수산물 관련 대체효과가 커짐에 따라 이상기후 변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이상기후 현상 심화로 인해 그 효과의 지속성이 과거 대비 길어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은은 이상기후가 산업별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는데, 그 결과 농림어업과 건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상기후는 지난 2020년 이후 산업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계속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이후로 기간을 좁혀보면, 이상기후 충격은 CPI 인플레이션에 약 10% 정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원석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이상기후 현상이 과거에는 산업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2001년 이후 부정적인 영향이 과거에 비해 크고 지속적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상기후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도 2010년 이후 대부분 품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준기간(1980~2000년)과 최근기간(2001~2023년) 중 이상기후 충격에 따른 산업생산 및 식료품 물가 변동. 자료=한국은행

 

◇ 이상기후 따른 인플레 압력↑ 탄소배출 저감 노력 필수

 

이상기후로 인한 농림어업 생산 저해로 식료품 물가가 상승할 경우,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 반면, 먹거리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지난 2022년 기준 4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한은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의식주 물가는 OECD 평균(100) 대비 55% 높으며, 사과(279)·돼지고기(212)·감자(208) 등은 OECD 평균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 상승 충격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경우 기후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폭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 

 

한은이 녹색금융을 위한 중앙은행·감독기구 간 글로벌 협의체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의 탄소배출 시나리오를 토대로 기온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204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 누적 상승분은 0.5%포인트 미만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지연되거나 추가적인 기후 대책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204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분은 0.6%, 농산물 가격 상승분은 1%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병수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연구팀 차장은 “기후변화는 단기적인 물가상승 압력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을 높이고 변동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정부는 국내 기후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에 힘쓰고 중앙은행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가격 변동이 전반적인 물가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