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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계 리더십 되찾는 한경협, 전경련과 다른 점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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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난 2월 16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정기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타개를 위해 2024년 중점사업으로 ①법·제도 선진화, ②회원 서비스 강화, ③글로벌 협력 강화, ④기업가정신 확산, ⑤지속가능성장동력 확보 등 5대 주제를 선정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26일 한국경제인협회 회비 납부에 대해 “관계사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라”며 사실상 승인했다. 이에 한경협이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입지를 상당 부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경협은 1961년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을 비롯한 1세대 기업인 13명이 주축이 돼 만든 경제 단체다. 이후 회원사가 늘면서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과거 재계 ‘리더’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위상이 추락했다. 이후 전경련은 지난해 8월 ‘한국경제인협회’로 기관명을 바꾸고,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거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다. 4대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으며, 한경협으로 바뀐 뒤에도 형식적인 회원 자리만 유지해 왔다. 

 

류진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며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정경유착’ 꼬리표를 떼고 재계 대표 단체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1년간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한경협이 정경유착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는 '윤리경영위원회'가  첫번째로  꼽힌다.

 

윤리경영위원회는 '국가과 국민을 위해 기업을 운영한다'는 최초 설립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실제 류진 회장은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 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8월 22일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혁신안의 일환으로 정경유착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규정했다. 

 

그렇다면 그간 한경협의 윤리경영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한경협 측은 지난해 10월 18일 윤리위원회를 발족해 초대 위원장으로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임하며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했다. 위원회는 외부위원 4인, 내부위원 1인 등 총 5인으로 구성됐다. 위원들로는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효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현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박광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를 선임했으며,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내부위원으로 참여한다. 

 

분기 1회 개최를 원칙으로, 윤리경영에 관한 사항, 회원사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대외지원 사항 등이 발생할 경우 수시로 개최한다. 특히 한경협은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2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윤리위원회의 활동은 따로 공개하고 있진 않다. 다만 (이미 발표한) 윤리경영 헌장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리헌장에는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을 선도한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이 더 나은 삶을 향유하도록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더불어 한경협은 과거 경제 단체와는 다른 '싱크탱크형 경제 단체'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앞서 류 회장은 취임 당시 한경협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같은 기구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CSIS는 국방, 안보 정책을 중심으로 국내외 문제 및 공공정책·금융·통신·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이다. 

 

미국과 일본에 풍부한 네트워크를 가진 경영자로 알려져 있는 류 회장은 미국과 일본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필요할 경우 창구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로 한경협은 지난 1년간 해외 경제단체·싱크탱크와 공동으로 경제안보, 주요국 경제동향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 및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미 최고위 국가안보 책임자와 양국 대표 기업인 참석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협력 민관포럼’을 미 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했으며, 올해 6월에는 미국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과 공동으로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첨단기술 선점을 위한 한미협력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기술·혁신정책 관련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미 정보혁신재단(ITIF) 로버트 앳킨슨 회장을 초청해 주요 정책 점검 및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산업·기술정책을 전망했다. 

 

또 지난 7월 2일에는 전 일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 츠토무 와타나베 도쿄대 교수를 초청해 ‘추락하는 엔화, 전망과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경협 측은 “현 일본경제 상황을 디플레이션 시대를 지나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진단했다”면서 “BOJ에서 물가와 임금의 꾸준한 상승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통해 엔저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의 취임 이후 4대 그룹 복귀와 더불어 회원사의 규모도 확장세다. 현재 420여개 사가 회원인 한경협은 4대 그룹의 재가입을 이끌어냈고, 포스코홀딩스, 아모레퍼시픽, 에코프로 등 20곳의 신규 회원사도 유치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도 회원사 가입을 타진하고 있어 단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 구조도 바꿨다. 과거 전경련은 전체 회비 수익 400여억 원 가운데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비중이 약 70%에 달했다. 이에 회원사들의 보다 공평한 회비 부담을 위해 기업별 등급(A-B-C)을 부여하고, 회비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4대 그룹의 경우 A그룹으로 묶어 동일한 회비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류 회장은 기업 수준에 맞게 회비를 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내용의 회비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손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숙제가 남아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는 관계사 자율로 회비를 납부하도록 했는데, 동시에 정치권 인사인 김병준 한경협 고문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해 2월 김 고문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임시로 쇄신을 이끌 당시 정치인 출신이 경제단체를 이끄는 게 맞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류진 회장이 취임하면서 김 직무대행은 고문으로 한경협에 남게 됐다. 

 

이와 관련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경유착 고리를 정말 확실하게 끊어야 된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한경협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한경협이 투명한 회비 집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회원으로서 의무인 삼성 관계사의 회비 납부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는 것이 준감위 측의 설명이다. 

 

한편, 한경협이 올해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그룹에 요청한 연회비는 각각 35억 원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SK그룹은 이미 납부한 상태다. 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LG그룹 관계자는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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