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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연체율 상승에 비상 걸린 카드사, 건전성 관리 시급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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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전업카드사 상반기 순이익 및 증감률.(단위: 억 원) 자료=각 사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에도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좀처럼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연체율이 이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데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의까지 추진되고 있어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4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억원(5.8%)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어난 379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뒤를 삼성카드(3628억원, 24.8%)가 약 160억원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으며, 국민카드(2557억원, 32.6%)도 ‘빅3’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카드사 중 가장 순이익 증가율이 높은 곳은 비씨카드로, 지난해 상반기 30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99억원으로 226.5%나 증가했다.

 

반면 비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현대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1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지만 다른 카드사의 성장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롯데카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628억원으로 전년 동기(3060억원) 대비 79.5%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순이익 감소율은 41.7%에 달한다. 

 

8개 전업카드사 중 순익이 감소한 것은 롯데카드 뿐이다. 롯데카드는 신용판매와 카드론 등 대출사업을 확대하며 외형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시장 전반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로 인해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를 제외한 카드사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들 또한 하반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카드론 중심의 성장으로 인해 연체율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9개 카드사(8개 전업카드사 및 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전월말(40조6059억원) 대비 6207억원(1.5%)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으로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가 쏠린 탓이다. 

 

카드론 규모가 확대되며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연체율 또한 오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카드사 연체율은 1.69%로, 전년 말 대비 0.06%포인트 오르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 또한 1.17%로 전년 말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6월 말 기준 107.5%로 100%를 상회했지만, 지난해 말보다는 2.4%포인트 하락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이 계속된다는 점도 카드사 실적 전망이 어두운 이유 중 하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 회의를 열고 카드업계‧가맹점단체‧소비자단체 등과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2년부터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율 책정 기반이 되는 적격비용을 산정해 가맹점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로 수수료율을 매번 인하해왔는데, 이로 인해 가맹점수수료율은 2012년 1.5%~2.12%에서 현재 0.5%~1.5%로 하락했다.

 

카드사들은 낮은 수수료율로 인해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열악한 사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발표된 TF 회의 결과를 고려하면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수수료율 인하가 카드사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수수료율이 매우 낮은 수준인 데다 높아진 카드사의 조달비용 부담을 고려하년 큰 폭의 인하는 어렵기 때문. 한기평은 카드사 기준 가맹점수수료 수익률(수수료÷카드이용금액)이 2022년~2024년 상반기 약 1.3%에서 내년 1.2~1.3%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더라도 절대적인 수익 감소폭은 작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기평은 이어 “본원적 수익기반인 신용판매자산의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카드이용대금 성장세가 둔화되고 제반비용이 증가하는 경우 수익성 저하폭이 커질 수 있다”라며 “카드론, 비카드자산 등 대체 수익기반의 리스크 관리가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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