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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 둔화 늪에 빠진 지방은행, 경쟁력 확보 해법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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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과 지방은행 성장률. 자료=하나금융연구소

시중은행의 지방 진출과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지방은행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역 발전을 통한 균형성장을 위해서는 지방은행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만큼, 성장성을 회복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변화의 기로에 선 지방은행’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지역경제 개발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지방은행은 지방 인구감소 및 경제 침체를 겪으며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은행은 지난 2010~2016년까지 연간 8~10%대의 높은 자산성장률을 보이며 시중은행의 성장률을 상회했지만, 이후에는 과거의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경남·광주·전북·대구(im뱅크)·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의 연간 순이익(연결 기준)은 1조4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이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순익은 12조290억원에서 12조3114억원으로 2.3% 증가했으며,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3대 인터넷전문은행도 822억원에서 3503억원으로 4배 이상 불어났다.

 

장기간에 걸쳐 비교해도 지방은행의 성장 속도는 더딘 편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6개 지방은행의 순이익 성장률은 55.6%로 4대 은행(202.0%)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올해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인해 지방은행의 상반기 기준 순익 성장률(2.4%)이 4대 은행(1.5%)을 넘어섰지만 근소한 차이에 불과하다. 

 

연초부터 시작된 대환대출 인프라의 주택담보대출 확대 적용으로 급성장 중인 인터넷전문은행(100.3%)의 성장 속도는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동안 3대 인터넷전문은행의 순이익은 지방은행 전체 순이익의 20%를 밑돌았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6.1%까지 증가하며 격차를 크게 좁혔다. 

 

지방은행의 성장 둔화는 지방 경제의 침체와 함께 시작됐다.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지난 2015년 비수도권을 넘어섰으며, 2017년과 2019년에는 각각 일자리와 인구도 역전됐다.  지방에 거점을 둔 조선, 자동차, 기계 등의 전통산업이 쇠퇴하고 신성장 동력인 첨단 사업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은행도 성장 동력을 잃게 된 셈이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로 인해 지방은행의 성장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워진 시중은행이 지방 우량 중견·중소기업 대출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지방은행과 지역 기업 간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 실제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15년 말 63%에서 지난해 말 59%로 하락한 반면, 4대 은행은 37%에서 43%로 오히려 늘어났다. 

 

게다가 전국 시금고 357개 중 지방은행이 있는 호남‧영남‧제주지역 시금고는 총 212개인데, 이 가운데 지방은행이 운영하는 곳은 98개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형 시중은행의 공격적 영업으로 자본력 및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지방은행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도 지방은행의 성장에 제동을 건 요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거대 플랫폼 및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차별화된 금융상품을 제시하며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면서 지방은행의 강점이었던  저원가성 예금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탈한 것. 

 

여기에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환대출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계대출에서 입지를 넓혀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지방은행의 대출 성장은 느려지는 추세다. 실제 지난 1분기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66조원으로, 6개 지방은행(68.9조)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물론 지방은행도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iM뱅크(구 대구은행)는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통해 영업망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지방은행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비대면 채널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iM뱅크는 지역은행이 없는 강원도를 시작으로 3년 내 전국 14개 영업망을 구축할 계획이며, 은퇴한 기업금융 전문가를 ‘1인 지점장’으로 전진 배치하는 등 무리한 점포 확장보다는 비용효율성을 높이는 확장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보고서는 “국가 균형발전을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방향 속에서 지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지역 금융의 주체로서 지방은행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라며 “지방은행이 강점을 갖고 있는 관계형 금융을 환경변화에 맞게 재정비하고 저비용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주요업종 특성을 반영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축적된 노하우를 시스템화하는 한편, 정부의 지역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적극 호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 

 

보고서는 이어 “자체 모바일앱 이용률 제고를 통해 리테일 손님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혁신금융서비스를 활용한 금융·비금융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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