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보상 제도 도입하는 회사 증가 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3.
728x90
[사진-약정유형별 체결현황,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US)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RSU가 경영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SU는 회사가 현금(성과급) 대신 성과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지급하는 장기 성과 보상제도다. 주가가 오를수록 임직원에 대한 보상이 커지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이끄는 요인으로도 작용하며, 재직자의 근속 연수를 늘릴 수 있어 인재유출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미국에선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초 도입했다. 스톡옵션은 ‘임직원이 일정 수량의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이다.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은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볼 수 있지만, 하락장에선 불리하다. 반면에 RSU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주식의 전체 가치가 온전히 직원에게 가는 구조다. 이는 회사에도 유하다. 주식 지급 시점이 늦어 직원이 단기간 성과를 낸 후 주식을 대량 팔고 나가는 도덕적 해이 등의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이미 애플을 포함해 구글, 아마존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영자 보상 전문 컨설팅회사 ‘프레더릭 쿡’이 낸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가총액 상위 250개 회사 중 경영진 장기 보상 체계를 운영하는 회사의 94%가 RSU 제도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대기업으로는 한화그룹이 가장 먼저 도입했다. 한화그룹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2020년 단기성과급을 전면 폐지하고, RSU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7월부터는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한화솔루션 5개 주요 계열사의 팀장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임원이 받았던 기존 RSU와는 일부 차이점이 있다. 임원 RSU의 경우 성과급을 폐지하고 RSU를 부여하고 있지만, 팀장의 경우 기존에 받고 있는 팀장 수당 대신 ‘리더인센티브’라는 새로운 RSU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가득 기간(vesting period)도 기존 5~10년 보다는 짧은 3년으로 설정했으며, 부여액의 50%는 주식, 50%는 주가연동현금으로 지급되는 건 임원 RSU 제도와 동일하다. 

 

팀장급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시행 대상 5개 계열사 팀장 1,116명 중 976명, 약 88%가 기존 팀장 수당 대신 리더인센티브(RSU)를 선택했다. 

 

최근엔 에코프로그룹도 다음 달부터 임직원들에게 RSU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그룹은 회사 성장의 과실을 소속 임직원들과 나누기 위해서라고 RSU의 도입이유를 설명했다. 지급되는 주식 수는 지급 주식 수는 총 25만4913주로, 직급과 근속연수, 연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시 연봉의 15~20% 수준이다. 절반은 12만7456주가 오는 10월에 지급되고 나머지 절반은 내년 10월에 지급된다. 지급대상은 지난 2022년 9월 재직 기준 총 2706명이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RSU 지급결정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2월 각 임직원과 보상 계약을 체결했다. 상장사는 상장 주식을 임직원에게 지급하고, 비상장사는 상장 모기업의 주식을 지급한다. 비상장사인 에코프로이엠의 경우 상장 모기업인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받는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눠준다는 점에서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며 “RSU 지급을 계기로 캐즘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RSU는 부여 대상자 지정에 특별한 제약이 없고, 스톡옵션에선 금지되는 대주주 부여도 가능해 총수일가의 승계 및 지배력 확대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RSU 등 주식 기준 보상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시될 수 있도록 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대주주에게 RSU 관련 주식을 지급한 경우에는 ‘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용’항목에 대주주별 부여·지급 현황 등을 공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부터 대기업집단의 알에스유 공시를 의무화했고, 지난 1일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공정위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 결과에 의하면,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88곳 중 17곳에서 지난해 RSU 총 417건이 체결됐다. 총수가족까지 RSU를 지급한 곳은 7곳으로, 총수일가 19명에게 총 22건이 지급됐다. 한화, 엘에스, 두산, 에코프로, 아모레퍼시픽, 대신증권 및 한솔이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RSU로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수령했다.

 

RSU가 우회상속 수단으로 악용되지 못하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RSU가 스톡옵션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모니터링을 지속하여 법 위반 적발시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다.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RSU가 경영권 승계의 간접적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한 사익편취 등에 해당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 법 위반 시에는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