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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분기 실적 반등한 신한투자증권, 1300억원 ETF 운용 손실 영향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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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 과정에서 1300억원의 손실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2분기 실적 반등으로 오른 기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신한투자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이는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일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8월 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ETF LP로 자금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과대 손실이 발생하고 허위 스왑거래가 등록됐던 사실을 발견했다고 공시했다. 손실금액은 약 1300억원으로 추정되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 유동성공급자는 ETF를 발행한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매도·매수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해당 ETF에 대한 매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신한투자증권 담당자는 ‘유동성공급’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선물을 매매하다가, 지난 8월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담당자는 손실을 감추기 위해 이를 정상적인 스왑거래인 것처럼 회사에 보고했으나 최근 덜미를 잡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사태로 인해 회사채 발행 계획도 미루기로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오는 16일부터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것을 우려해 발행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회복세를 보이던 신한투자증권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072억원으로 전년 동기(2419억원) 대비 14.4% 감소했다. NH투자·KB·하나증권 등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모두 실적이 개선된 가운데 홀로 역성장한 것. 

 

하지만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신한투자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1877억원, 순이익은 131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118.4%, 73.7%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도 45.1%, 7.3% 늘어난 수준으로, 시장에서도 신한투자증권의 2분기 실적을 두고 수익성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ETF LP 관련 금융사고로 2분기 순이익과 비슷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사고로 인한 손실금액을 회계 반영할 예정이며, 내부감사 및 필요 시 법적 조치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사고가 신한투자증권의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4일 보고서를 내고 “신한투자증권의 이익창출력 및 손실흡수력( 종합해볼 때, 예상 손실 규모(1300억원) 수준은 감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금융사고가 신한투자증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월 말 기준 5.4조원으로 업계 8위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증권사 핵심 리스크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부담도 경쟁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비중은 47%로 대형사 평균(57%) 대비 낮은 편이다. 국내 부동산PF 익스포져 중 브릿지론 비중은 30%, 중후순위 익스포져 비중은 33%로 이 역시 대형사 평균을 소폭 하회한다. 

 

최근 3년(2021~2023년) 간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도 158.8%로 우수한 수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신평은 “우수한 사업기반과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2019년 라임 사태 이후 반복적인 일회성 손실로 인해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 아직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은 불안요로 꼽힌다. 

 

한신평은 “2019년 이후 신한투자증권이 판매한 금융투자상품 관련 손상 및 배상금 지급 이슈 등 비경상적 비용 발생과 국내외 투자자산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이익창출력 개선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신평 또한 “신한투자증권은 사업기반과 경상적인 이익창출력이 매우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손실을 비롯한 일회성 손실로 인하여 수익성이 저하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라며 “증권업 전반에 대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리스크 관리의 수준이 높아지는 환경임을 감안할 때, 이번 사고에 따른 최종 손실 인식 규모와 후속 조치 내용, 금융당국의 제재 수준 등에 대한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ETF LP 업무와 관련해 26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간부 간담회에서 “금융권에서 각종 횡령,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가운데, 최근 신한금융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조사토록 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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