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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영권 분쟁 겪은 기업 주가의 최후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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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건물 내부에 안내문이 비치된 모습. 사진=뉴시스

‘경영권 분쟁’이 국내 주식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일부 종목 주가가 급등하면서 단기 차익을 노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이를 장기적인 상승동력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투자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일 대비 2만4000원(3.03%) 오른 8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12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종료했다. 영풍·MBK는 이번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 확보하며 지분율을 38.47%까지 높였다. 

 

이는 경영권 수성에 나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및 우호 세력 지분 33.99%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최 회장 측 우군인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지분 2.5%와 처분가능한 기보유 자사주 1.5%를 더하면 37.89%로 영풍·MBK와는 1% 이내의 근소한 격차다. 

 

이 때문에 공개매수 종료 후 양측의 장내매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영풍·MBK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고려아연 일평균 거래량은 2838억원으로 그 전 약 1개월(8월 1일부터 9월 12일)간의 거래량(199억원)의 14배가 넘는다. 

 

공개매수 전까지만해도 50만원 중반대를 횡보 중이던 고려아연 주가 또한 공개매수 이후 55만6000원(9월 12일 종가 기준)에서 81만7000원으로 26만1000원(46.9%)나 급등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한 것은 고려아연뿐만이 아니다.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에프앤가이드의 경우 8월까지만해도 주가가 7000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4일 종가 기준 3만8450원까지  올랐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주가 과열을 우려해 에프앤가이드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주가 급등을 노리고 단기 매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 꼭 주가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을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요인으로 보기는 어려운 데다, 분쟁에 휘말린 종목의 경우 변동성이 커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급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 또한, 경영권 분쟁이 급등한 주가는 분쟁이 종료되면 급락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주가 과열로 지난달 25일 거래가 정지됐던 에프앤가이드의 경우, 거래가 재개된 이후부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15일 종가 기준 1만295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4일(3만8450원) 대비 2만5500원(△66.3%)이나 하락한 것으로, 주가가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SK 또한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으로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 사례 중 하나다. 실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결과가 나온지난 5월 30일 SK 주가는 전일 대비 1만3400원(9.26%) 상승한 15만8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6월 10일 18만8600원까지 오르며 19만원선에 근접했던 SK 주가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2심 선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투자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국내 학술지 ‘금융공학연구’에 발표한 ‘경영권 분쟁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내 불안정성과 경영 효율성 저하, 기업 이미지 손상 등으로 인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14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의 기간 동안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경영권 분쟁 경험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분쟁 전후 수익률 변화를 분석했는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단기적인 주가 상승효과는 분명하지만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편, 영풍·MBK연합은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고려아연 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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