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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환경부, 토양 내 불소기준 규제완화 논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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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토양시료 채취하는 모습. 사진=서울시

최근 환경부가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토양 내 불소 기준 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5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환경부는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8월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이번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은 토양오염우려기준, 반출정화, 토양정밀조사 등 다양한 토양관리제도를 개선했다. 

 

우선 불소 토양오염우려기준을 합리화했다. 토양오염우려기준은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물·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토양오염의 기준을 말한다.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기준을 초과하는 불소가 토양에서 발견되면 정화책임자가 토양을 정화해야 한다. 조정된 기준은 개정안 시행 이후 최초로 실시하는 정화명령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으로 인체와 환경에 위해가 없는 범위에서 1지역(주거지, 농지)은 1kg당 800mg, 2지역(임야)은 1kg당 1300mg, 3지역은 1kg당 2000mg으로 기준이 조정된다. 종전의 기준은 1지역 및 2지역에 1kg당 400mg, 3지역(공장용지·주차장)에는 1kg당 800mg이었다. 

 

이번 개정은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의 판단과 정치권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현행 토양 내 불소기준은 기업·국민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새 기준을 만들라고 권고한 바 있다.

 

오염토양을 반출해 정화할 수 있는 사유도 정비된다. 기본적으로 오염토양은 오염이 발생한 해당 부지에서 정화해야 하지만, 부지 내에서 정화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으면 오염토양을 반출해 정화할 수 있다.

 

개정안은 도시지역이 아니어도 건설공사 과정에서 오염토양이 발견됐거나 부지 경사도, 정화시설의 유형 등에 따라 부지가 협소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오염토양을 반출해 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건설공사의 의미를 명확하게 규정해 반출 정화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명료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지목이 변경돼 보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 지역 등을 대상으로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토양정밀조사는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넘거나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 오염물질의 종류, 오염의 정도 및 범위 등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밖에 반출정화계획서 제출 시 반출정화 사유에 해당함을 증명하는 자료를 첨부하도록 하는 등 절차적으로 부족했던 부분도 정비했다.

 

환경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말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다. 

 

그동안 주택·건설업계 등은 현행 토양내 불소 정화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각종 개발사업의 지연 △사업비 증가 등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지난 5년간(’18~’22)간 불소관련 토양 정화비용이 수도권에서만 5853억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전국적으로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화비용은 주택 건설 등 개발사업 추진 시 분양가 인상을 가져와 국민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선진국 사례를 검토해 과학적 분석에 근거하여 토양 내 불소기준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료=환경부

앞서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해 4월 불소가 자연 기원이며 치약에도 사용하는 물질이고 불소오염토양 정화에 따른 공사 기간 지연 및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의 불소 토양오염기준 400mg/kg의 상향을 주장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토양내 불소에 대해 우려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나라가 대부분이고,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일본 등 우려기준을 설정한 국가들도 우리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려기준을 설정한 선진국의 경우도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위해성 평가를 통해 개별 부지별 특성에 맞게 정화목표를 탄력적으로 결정하여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주고 있다”며 “현행 토양내 불소기준은 2002년 처음 설정 당시 우리나라 지질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지반 대부분이 화강암(불소함유량 높음)으로 이루어져 자연상태에서 불소가 흔하게 발견(평균 배경농도 : 258mg/kg)되고 우려기준(주거지역 : 400mg/kg)을 초과하는 지역이 전 국토의 11.5%(’12~’21 전국토 배경농도 조사결과, 환경부)에 달하는 사실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과학적 근거 제시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국제적 수준에 맞게 토양환경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불소 기준 완화 필요성에 대해 환경부는 우리나라의 토양 특성상 불소의 배경 농도가 높고, 개발에 따른 토양정화비용이 높다는 점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애초 (불소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이유는 한정된 국토 면적과 토양 자원을 농경지, 공원, 운동장, 도로, 수변구역 조성 등 다양하게 활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출된 토양이 오염되지 않아야 안전한 농산물 생산,수자원 보호, 건강한 인간의 활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현재 토양 불소 농도 기준 운영 해외 10개국에서 덴마크 20mg/kg, 미국 120mg/kg(지하수 보호 기준), 리투아니아 200mg/kg, 오스트리아 200mg/kg, 캐나다 200mg/kg 등 5개국이 한국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녹색연합 측은 "단순 비교 측면에서도 기준이 엄격한 나라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환경부가 제시한 '국제적 수준'을 단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불소 토양 기준이 내포하고 있는 토양오염 물질 인체 노출경로가 국가마다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건설업계만의 주장과 요구를 받아 불소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보다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환경기준은 규제가 아닌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불소 기준에 대해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와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잦은 개발사업으로 부지 굴착과 토양 이동·재활용 사례가 많은 국내 상황을 고려, 토양 기준과 관리 방안 마련 △토양 내 불소의 농작물 전이·배경 농도를 고려한 위해성 평가방안, 토양 내 불소의 지하수·지표수 유출 경향, 토양 불소의 인체 위해도·생태독성학 특성 등 국내 환경 특성에 따른 '과학적 연구'를 제시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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