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CT

나무위키 접속차단에 찬반양론, "정당한 제재"VS "국가 단위 검열은 문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17.
728x90
= 나무위키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무위키의 일부 실존인물 관련 문서에 대한 접속 차단을 의결하며 나무위키가 주목받고 있다.

 

방심위는 10월 16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특정 인플루언서의 사생활 침해 정보를 포함한 나무위키 문서에 대해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접속차단이 결정된 안건 중 2건은 인플루언서 등이 전 연인과 촬영한 사진, 미성년자 시절 방송에 출연한 장면과 함께 해당 인물의 이력 등을 공개한 나무위키 문서로, 이는 방심위가 나무위키에 대해 접속 차단을 의결한 첫 번째 사례다.

 

차단을 요청한 인플루언서는 나무위키에 본인의 동의 없이 사진과 본명, 출생 등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게시되어 있으며 전 연인과의 노출 및 스킨십 사진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껴 이에 따라 방심위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신자문특별위원회는 "과거에 공개한 적이 있는 사진이라고는 하나 현재는 신고인이 게시에 동의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개 당시 해당 정보가 계속 사이트에 게시될 것까지 예측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나무위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방심위는 이번 결정에서 기조를 바꿔 필요한 경우 나무위키 전체 차단도 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지적된 사생활 침해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의해 불확실한 정보가 여과없이 게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 나무위키 임시조치 신청 페이지 갈무리

한편 나무위키 측은 방심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한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결정이 내려졌다고 반발했다. 미디어오늘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나무위키 관계자는 방심위의 조치에 대해 "나무위키와 어떠한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접속차단"이라고 반발하며 나무위키는 그동안 나무위키 문서로 인한 권리침해를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제도를 갖추고 권리자의 요구에 성실하게 대응해 왔다고 주장했다.

 

나무위키는 지난 2007년 서브컬처 이용자들의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시작된 '엔젤하이로 위키'(엔하위키)가 그 기원이다. 이후 '리그베다 위키'로 명칭을 바꾸어 운영되다가 사유화 논란을 비롯해 각종 논란과 내부갈등이 터졌고, 이에 반발한 이용자들이 리그베다 위키의 내용을 가져와 2015년 나무위키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학술적인 정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누리꾼들이 편집에 참여하며 게임, 만화, 아이돌 등 다른 위키에서 다루지 않는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누리꾼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다.

 

나무위키는 '집단지성'에 기반한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을 내세우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방성으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게시되어 빠르게 확산되거나 특정인을 비방하는 허위정보가 게시되는 등의 부작용 역시 지적되어 왔다. 게다가 정치인, 기업인 뿐만 아니라 연예인, 스포츠 선수, 인터넷 방송인 등 유명 인사의 사진과 이력, 과거 행적, 사건사고, 각종 논란들이 상세하게 작성되어 있어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어왔다. 

 

지난해에는 배우 김상중이 나무위키에 기재된 파혼 등 과거 이력 항목이 명예훼손이라 주장하며 방심위에 신고했으나, 방심위는 이미 뉴스에 보도되어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기도 했다.

 

또 반대로 지난 6월에는 나무위키에 기재되어 있던 군 고위급 장성들의 개인정보가 대대적으로 삭제되며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이에 대해 국가 안보와 군의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한편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번 방심위의 차단 조치를 놓고 찬반의견이 갈리고 있다. 긍정하는 이용자들의 경우 "그동안 나무위키는 해외에 서버를 둔 채 개인정보 삭제 요청에도 무시해왔던 전적이 있다. 이번 제재는 정당한 제재다."와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또 어떤 이용자는 "이전에 운영진들이 나무위키의 운영에 대해 비판했던 문서를 삭제하기도 했는데, 똑같은 처사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발하는 이용자들의 경우 "정부가 인플루언서의 사생활을 핑계로 나중에 정치인들의 정보를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 "앞으로 정부 기조에 맞지 않는 정보를 모두 삭제하는 중국식 인터넷 검열을 도입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와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이용자는 "그동안 나무위키에서 여러 문제와 논란이 발생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국가 단위의 검열이 시작되는 것을 정당화 해서는 안된다." 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기호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