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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킨텍스와 계룡대에 선보인 K-방산의 힘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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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에서 전시한 미래전차 상상모형.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지난 9월 25일부터 9월 28일까지는 고양시의 킨텍스에서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이 개최되었고 연이어 지난 2일~6일까지 충남 계룡시의 계룡대 에서는 아시아 최대의 지상무기박람회인 KADEX 2024가 개최되었다. 주최측의 갈등으로 전시회가 DX Korea와 Kadex 2024로 분리된 측면이 있지만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고양시의 DX Korea에 출품했고, 굴지의 대기업들은 Kadex 2024에 대형부스를 꾸몄다. 양대 전시회는 한국산 방산물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9월에 먼저 개최된 DX-Korea에는 다양한 군용 피복류와 총기류, 드론 제품들이 주로 선보였다. 중소기업들의 출품이 많았던 이 전시회에는 드론 관련 업체와 협회들의 출품이 유난히 많았다. 

유사시 북한상공에서 풍선을 격추시킬 수 있는 드론.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최근 북한은 평양 상공에 출현했던 드론을 공개했는데, 대한민국의 국방부는 군사작전 여부에 대하여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는 민간의 작전 능력에 대하여 부정하고 있으나, 필자가 직접 설계, 제조하고 수리하는 드론들은 이미 270km 정도까지 교신이 가능하다.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육로로 183km이고 낙후된 북한의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시간 53분이 소요된다. 그런데 최근 나온 수소연료전지 드론은 이미 4시간을 넘어 6시간까지 비행할 수 있다.

 

필자는 드론 제작시 보통 16채널의 송수신기를 사용하는데, 에일러론, 러더, 엘리베이터, 쓰로틀에 각각 1채널을 할당해도 남는 채널로 드론에게 총을 쏘거나 삐라를 뿌리도록 지시할 수 있다. 또한 송수신이 차단되면 출발지로 돌아오도록 설정하는데 한번은 필자가 실수로 송수신 중단지점 10m 상공에 지속체공하도록 설정하여 드론을 강제로 격추시키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오염풍선 살포는 전시회에 새로운 드론 무기들을 등장시켰다. 일부 업체들은 드론에 내장된 바늘로 풍선을 터트리는 기발한 제품을 출품했다. 다만 현재 북한의 쓰레기 풍선은 무게가 15kg 정도나 되는데, 필자가 LED 전광판수리를 위하여 자주 방문하였던 롯데월드 시그니엘타워의 2배 정도의 높이에서 급격히 쓰레기 더미가 추락할 경우, 지상에는 볼링공이 떨어지는 것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군당국은 자연스러운 낙하를 유도하고 있다.

장거리용 레이더와 발사대 모형.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편 육군협회가 주축이 되는 Kadex 2024측은 아스팔트 활주로에 폭100m, 길이 340m의 기둥이 없는 초유의 초대형 텐트를 건설했다. 주로 150mm H빔으로 구조물을 만드는 역무를 제공했던 필자가 이를 보자 군사무기보다 대단한 텐트구축 기술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Kadex에는 한국, 미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인도 등 15개국 365개 기업들이 1,432개의 부스를 마련했다. 3일 동안 하루에 만명 이상, 그리고 주말에는 5만명이 방문하여 계룡대 전시장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전시회 초기에 방문한 해외 바이어도 2,000명을 넘었다.

 

2차대전 이후 계속된 냉전의 종식으로 이제 전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빠르고 효율적으로 무기를 생산할 곳은 남아있지 않다. 한국산 무기는 이미 유럽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전쟁, 예멘 내전, 미얀마 민주화시위, 스리랑카 반정부시위, 방글라데시의 반정부 시위에도 모두 등장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국보유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한 결과 국제 방산시장에는 또 다른 유럽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탱크조종 훈련용 시뮬레이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작년 10월 서울공항에서 개최되었던 방산전시회 ADEX 2023에서는 하루 30만명이 방문하였고, 셔틀 타려고 1시간 줄서고, 입장에 2시간이 걸렸다. 계룡대 전시회는 비교적 대기줄이 짧았지만 대중교통이 매우 취약한 주변의 차량혼잡은 오후 8시까지도 계속되었다.

 

FA-50, K2, K9, 천무, 천궁시리즈 등 한국의 5대 방산 명품은 실물이나 모형이 모두 전시회에 등장했고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속하는 한화, KAI, LIG Nex1, 현대로템은 모두 빠지지 않고 대형부스를 꾸몄다.

 

전시장 안쪽에 대형 부스를 꾸민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필리핀 공군에 이미 FA-20의 필리핀 모델을 납품했는데, 최근 년간 270억원 규모의 정비와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PLB사업자로도 지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만약 30년간 유지보수사업 PLB를 지속할 경우 KAI가 MRO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령액은 1조원에 달하며 이는 항공기 판매보다 몇 대나 많은 규모이다.

 

KAI는 2022년 폴란드 정부와 FA-50의 수출계약을 하였고 이미 초도물량를 납품했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KAI 납품분 중 일부에서 장비불량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고, 폴란드 정부는 국제계약서의 may 조항과 관련한 미국산 미사일 무장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KAI가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하여 록히드마틴을 통해 미국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미사일 제작사들의 지원이 필요해서 갈 길이 멀다.

헬기조종시뮬레이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이번 전시장에 UH-60 다목적헬기의 시뮬레이터를 전시했다. 필자가 조정석에 직접 앉아 텔아비브 공항(ICAO:LLBG)에서 헬기를 이륙시킨 후 드라마 에어울프에서 보는 것처럼 항공기를 옆으로 뒤집어 급강화하는 스플릿에스 기동을 시연해보았다. 관련된 기동은 적의 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긴급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집에서는 주로 시뮬레이터의 조종간을 당겨 새너제이 국제공항(ICAO:KSJC)에서 이륙하여 록히드마틴과 구글이 있는 모펫 연방활주로(ICAO:KNUQ)로 착륙시키는데, 가상공간이지만 분쟁지역을 비행하니 긴장감이 남달랐다. 매우 급격한 회피기동에 실속을 예방하기 위한 대응으로 조종간이 잠시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비교적 원활하게 시뮬레이터가 작동했다.

 

필자가 예전에 근무했던 대우중공업은 오래전 현대로템에 인수되었다. 현대로템은 작년 11월에 폴란드 정부와 K2전차의 2차 수출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에 포함한 절충교역 내용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일부 차관을 지원할 예정이고, 폴란드의 방산기업 PGZ는 K2와 구난전차, 교량전차, 공병전차의 일부를 폴란드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필자는 전시회 기간 중 폴란드에 수출한 K-2, K-9의 시뮬레이터에 탑승할 기회를 얻었다. 제가 창원공장에서 타보았던 장갑차와 달리 탱크의 내부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줍기도 힘들 만큼 매우 좁고 밀폐되어 있었다. 운행 중 발생하는 진동은 체력을 소모시켰고 허리와 관절에 무리를 주기에 충분했다. 방호복이나 헬멧 등의 보호장비는 운전자의 피로를 더욱 증가시켰다. 탱크 운전병의 노고를 온몸에 느낄 수 있었다.

 

폴란드와 UAE에 판매되고 있는 K-239 천무 발사대는 옥외전시장에서 전시된 미국산 M270 MLRS와 자웅을 겨루었다. 다양한 유도로켓이나 KTSSM과 같은 탄도미사일은 천무에 탑재된 후 위성이나 항공기 등에서 탐지된 적군 자산을 짧은 시간에 초토화할 수 있다. 

 

LIG넥스윈은 그동안 각공 공시를 통하여 한국판 패트리어트라고 불리는 천궁-1이나 천궁-II를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9월 이라크와 체결된 천궁-II 수출계약 3.7조원은 3조원에 가까운 LIG넥스윈의 년 매출에 가까운 큰 금액이라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군당국은 적무인기를 격추시키는 레이저대공무기들도 선보였고, 한화는 전시회에서 다양한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을 새롭게 전시했다.

 

한편 지난 10월 1일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천무와 이름이 유사한 현무-5를 공개했는데 이 제품은 탄두 중량이 8t에 달해 전술핵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졌다. 이 무기는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장비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전장을 승리로 이끌 새로운 조력자는 인공지능임이 전시회에서 부각되었다. 필자가 현재 개발하고 수출을 추진하는 첨단 해안경비시스템에도 다양한 AI기술이 적용된다. 2024년 노벨물리학상은 인공신경망의 기반기술을 개발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튼에 돌아갔고, 화학상은 단백질의 구조예측 AI개발을 진행한 데이터브 베이커 등에 돌아갔다. 인공지능이 2관왕을 한 셈인데 AI는 1년 이상 진행된 이스라엘-가자 전쟁에서 특히 맹활약을 해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감시하기 위한 AI를 적용한 얼굴인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사용하는 시스템은 AI조력을 받아 대량의 데이터를 매우 효과적으로 분석하며 표적식별, 표적추적과 공격을 지원했다. 이스라엘이 운영하는 인공지능은 용의자들이 테헤란에서 이동할 때 반복되는 동선과 미세한 생활습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여 폭격시 작전 성공율을 크게 높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18년간 정보원을 심고 끌질기게 감청을 지속했다고 항변하지만 지난 2달간 헤즈볼라 최고 수뇌 4명을 제거한 작전에는 인공지능의 숨은 역할이 매우 컸고, 헤즈블라의 전의를 어느 정도 상실시키게 했다. 

 

한편 육군은 이번 전시회에서 자율순찰로봇을 전시했다. 공군을 지원하는 KAI는 AI조종사가 탑승하는 무인기 개발에 1,025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다수의 드론은 이미 무인으로 움직이는데 국방과학연구수, 한화. HD현대 등은 더나아가 무인으로 움직이는 함정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수소를 활용한 경전술차량을 실물을 공개했다. 수소ATV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하여 발열과 소음이 적어 적외선 감시장비에 노출될 위험이 적고 무게도 가벼워서 항공수송이 더욱 용이해진다.

 

첨단 방산제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의외로 인기 있는 부스는 풀무원이었다. 풀무원은 현재 다양한 군위탁 급식을 진행하는데 냉동밥이나 만두, 고기류, 젤리 등 군급식을 내외국인에게 푸짐하게 제공했다. K방산이 아닌 K-Food의 저력을 한껏 보여주었다. 풀무원, 대상, 아워홈은 2조원에 달하는 군급식시장을 잡기위한 또 다른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최근 폴란드와 중동,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K-방산무기의 수출행력은 한국산무기의 잠재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단극체제의 지속적인 쇠퇴와 중국의 계속되는 굴기로 요약되는 새로운 변화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한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에서 근무했으며,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여정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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