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의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정산주기를 단축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티메프 사태 재발을 원천 방지하지 위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이 소비자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안에 입점업체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도록 한 것이다. 숙박·여행·공연 등 구매일로부터 일정 기간 이후 서비스가 공급되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는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정산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은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형태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규제 대상은 국내 중개거래수익(매출액)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규모(판매금액) 1000억원 이상의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다.
정산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 보관은 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내용이다. 당초 정부는 티메프 사태 발생 직후인 지난 8월 온라인 플랫폼의 정산기한을 대형 유통업자(40~60일)보다 짧은 40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티몬·위메프를 제외한 대부분의 오픈마켓의 정산주기가 그보다 짧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산기한이 20일로 단축됐다.
문제는 앞서 발표된 대책보다 정산기한을 절반으로 단축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오픈마켓의 정산주기는 대부분 20일보다 짧다. 네이버쇼핑은 구매확정일 기준 1영업일 안에 입점업체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해왔으며, 11번가·G마켓·옥션 등도 1~2영업일 이내의 정산주기를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오픈마켓은 대부분 제3자가 결제대금을 보관했다가 구매자에게 물품배송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에스크로’를 의무가 아님에도 적용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발표한 이번 대책이 ‘쿠팡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쿠팡의 정산주기는 주정산 시 매주 말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 70%를 지급하고, 매월 말일 또는 다음 달 1일에 나머지 30%를 지급한다. 월정산 시 매달 말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 100%를 지급한다. 정산주기가 1~3영업일인 다른 오픈마켓보다 긴 만큼, 대규모유통업법 상 정산기한을 20일보다 더 짧게 단축하지 않으면 쿠팡에 대한 규제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정산기한 단축이 티메프 사태의 핵심 원인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티몬·위메프 사태의 주요 이슈와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지급결제의 완결성 확보라는 점에서 볼 때, 정산기한 단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정산기한 단축으로 판매대금 유용 가능성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어 “문제는 이들 오픈마켓이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온라인 상거래에서 결제정보 송수신 및 대금 정산을 PG사가 담당하지만, 티메프 사태의 경우 오픈마켓이 PG사와 판매자 사이에 끼어들어 ‘2차 PG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PG사는 결제정보 송수신 및 오픈마켓에 대한 정산을 수행하고,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은 오픈마켓이 맡는 식이다.
신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와 PG의 분리, PG 내부의 계정분리라는, 이중의 분리조치가 필요하다”라며 “금융당국은 오픈마켓의 PG겸영 금지를 통해 결제자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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