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위기의 삼성전자, 언론의 진단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25.
728x90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사과문까지 발표한 가운데, 주가도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언론도 삼성전자 위기의 원인으로 다양한 문제를 지목하며, 뼈를 깎는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79조원으로 전기 대비 6.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1조원으로 같은 기간 12.84% 감소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날 집계한 증권가 평균 전망치(매출액 80조9003억원, 영업이익 10조7717억원)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낸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도 발표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은 잠정실적 발표 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라며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실적과 관련해 사과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언론,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력 약화가 삼성전자 위기 원인” 지적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삼성전자를 검색하자 3분기 잠정실적 발표일인 지난 8일부터 25일까지 총 5219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지난 8일 가장 많은 487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로 떨어진 10일에도 381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후 200~300건대를 유지하던 삼성전자 관련 기사량은 지난 22일 다시 461건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방사능 피폭사고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보도된 삼성전자 기사에 가장 자주 언급된 연관키워드는 ‘반도체’였으며, 그 뒤는 ‘SK하이닉스’, ‘AI(인공지능)’,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의 순이었다. 이는 언론이 바라보는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원인이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력 약화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일보는 지난 9일 기사에서 “(삼성전자) 위기론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경쟁자를 압도하는 사업 영역이 갈수록 준다는 점”이라며 “최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각광 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넘겨줬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라며 “TV·생활가전 사업도 LG전자는 물론, 중국 업체도 삼성을 바짝 뒤쫓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또한 10일 기사에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는 전 부회장의 사과문을 인용하며 “인공지능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이치비엠) 분야에서 뒤쳐졌다는 뼈아픈 자책”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엔비디아와 협업하며 에이치비엠 기술을 개발해온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이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뒤떨어진 에이치비엠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8~25일 보도된 삼성전자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삼성전자 출신들 “기술진 빠진 의사결정, 실패 겁내는 조직문화” 비판

 

‘기술의 삼성’이 반도체 기술력에서 뒤쳐진 이유에 대한 분석도 다양했다. 일부 매체는 삼성전자 출신 인사를 인터뷰해 기업 내부의 보신주의 문화와 경영진의 실책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9일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서 약 20년 근무한 엔지니어와의 심층 인터뷰 기사를 냈다. 해당 엔지니어는 “예전엔 실무자가 의견을 내면 검토해 보고 위로 올라가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답이 정해져 있다. 실패를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기술적으로 어려운 새로운 건 아예 안 하거나,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 없이 세상이 얘기하는 기술 트렌드는 일단 다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스타일인 김기남 전 부문장(2017~2022년) 시기 일주일 내내 보고용 회의를 하는 문화가 생기고 HBM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며, “경계현 전 사장이 시스템을 바꾸려고 했지만, 그 아래 임원과 부서장은 지난 10년 동안 보신주의 문화에서 발굴된 사람들이었다. 바꾸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또한 15일 전현직 삼성전자 임직원 8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전직 임원 A씨는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이 핵심 의사결정 체계 안에 있어야 하는데 재무나 법무가 힘을 갖고 있다 보니 기술 전문가가 설 자리가 없다”며 삼성전자 의사결정 구조를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토론했던 조직문화가 무사안일만을 추구하는 보신주의에 점령당했다는 공통의 목소리도 있었다”라며 “하기 싫어 피하고, 두려워서 피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는 또다른 전직 임원의 발언을 전했다. 

기술진을 배제한 의사결정 구조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한 경영진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는 반면, 

 

◇ “기업 홀로 극복 어려운 위기” 정부 지원 촉구하는 목소리도...

 

한편, 삼성전자 부진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매체도 많았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발생한 리더십 공백과 정부의 미흡한 인재 육성 및 혁신 기술개발 지원 노력을 꼽는 목소리가 컸다.

 

동아일보는 지난 9일 사설에서 “이번 실적 부진은 기업 경영진이 반성문을 쓰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한국 대기업들은 ‘경직적 주 52시간제’로 인한 글로벌 연구개발(R&D) 경쟁력 약화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국내 최고 공학 인재들이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일궈냈지만 지금 우수한 인재들은 의대, 해외로 빠져나간다”라며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회장은 8년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하나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삼성전자는 한 해만 적자가 나도 세수가 부족해 국가재정이 어려워질 만큼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른 기업”이라며 “‘초일류 삼성’의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한 자체 쇄신, 혁신 노력에 정부와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경제 또한 9일 사설에서 “삼성전자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라며 “기업이 적극적 투자와 초격차 기술 개발, 고급 인재 육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인 전방위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는 이어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된 용수·전력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며 “주요국들이 반도체 보조금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우리도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서 벗어나 보조금 지급의 길을 터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