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 명의 게이머가 서명한 '게임 심의 헌법소원'이 국정감사에서 연일 논의되며 주목받고 있다. 11일 법사위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와 17일 문체위 게임물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어, 24일 문체위 종합감사에는 해당 헌법소원을 주도한 게임 방송인 김성회 씨가 출석해 게임 사전 검열 제도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김성회 씨는 구독자 92만 명의 유튜브 채널 ‘G식백과’를 운영하는 전직 게임 개발자로, 게임 이용자 권익 관련 영상을 다수 제작해왔다. 게임 심의 외에도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문제와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활동에 주력해 왔으며, 지난 2022년 국정감사에서는 게임사와 소비자 간 갈등에 대해 증언하며 이용자 입장을 대변해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초헌법적 검열기관'이라 비판하며, 세계적으로 3억 장 이상 판매된 마인크래프트가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임 이용자들의 창작과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전 검열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다른 문화 콘텐츠의 예를 들며 게임이 다른 매체에 비해 불합리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죄 표현이 나오는 '악마를 보았다'는 높은 폭력 수위에도 불구하고 상영이 금지되지 않았으며, 마약 투여, 제조, 마약상의 고문 등 마약에 대한 묘사가 다수 등장하는 영화 '독전'은 15세 이용가를 받았고 살인 게임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은 K 콘텐츠의 쾌거라는 찬사를 받지만 이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위의 폭력성을 지닌 게임들은 성인도 이용 불가능한 심의 거부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 김 씨는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비롯해 BTS, 봉준호 등 한국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예술인들도 과거 사전 검열 폐지로 인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게임의 사전검열 제도가 폐지되면 이를 바탕으로 게임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헌법소원은 게임산업법 제32조 2항 3호의 모호한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해당 조항은 범죄나 폭력, 음란을 지나치게 묘사한 게임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묘사하여’라는 표현의 해석이 주관적이고 자의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문체위 국감에서 “현재 게임법의 사회질서 문란 조항은 기준이 불명확해 헌법에서 규정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으며,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법사위 국감에서"1996년 영화 사전 검열 폐지가 한국 콘텐츠 산업 발전의 전환점이 되었듯, 이번 헌법소원이 게임산업에도 비슷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패스트트랙 지정을 요청했다.
야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11일 법사위 국감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게임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니 지나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규제와 진흥의 균형을 맞춘 결정을 내려줄 것을 주문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와 저항의 자유는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며 헌재가 이를 충분히 감안해 판결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7일 국정감사에서 게임 심의 헌법소원에 대한 질의에 "이용자들의 우려에 공감하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합의제 운영을 통해 공정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규제 완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은 지난 8월 신임 게임위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정부도 지난 1월 게임물 등급 분류를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5월에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통해 2027년 이후 게임물 등급 분류를 완전히 자율화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전부터 국내 게임 심의 제도에 불만을 제기해 왔다. 2022년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게임물 사전심의의무 폐지' 청원이 여러 차례 올라와 성립 요건인 5만 명을 넘겼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사전등급분류 폐지와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으나, 결국 지지부진한 논의와 회기 만료로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헌법소원에 대한 정치권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옴에 따라 게임 심의제도가 개선될 수 있을지 게임 이용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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