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형제 경영 체제를 분리하면서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중심, 정유경 회장은 (주)신세계의 독립적 경영을 맡게 되었다. 이번 계열분리는 그룹 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각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신세계그룹은 30일 진행한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2015년 12월 진행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앞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2011년 그룹을 이마트와 백화점 두 개의 독립 회사로 분리하고,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딸 정유경 회장에게 백화점 부문을 맡기며 남매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주식 교환 및 순차 증여 등을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기 계열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기틀을 마련해왔다.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은 각각 10.0%씩이다. 이마트와 (주)신세계는 그룹의 각 부문 지주사 역할을 담당한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주식 18.56%를,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주식 18.5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 가운데 이마트 지분은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은 정유경 회장에게 모두 넘겨주는 방향으로 계열 분리의 마무리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열분리가 완성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법적 절차 등을 거쳐야 해 최소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이 모두 올해 긍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점도 계열분리의 명분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올해는 백화점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마트 역시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핵심 화두를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어 올해가 계열 분리를 통해 성장의 속도를 한층 더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후, 2023년 기준으로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 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최대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세계그룹은 공정자산총액 기준으로 약 62조원으로 재계 11위권이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3671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3분의2 정도를 이마트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이마트부문은 이마트와 SSG닷컴, 스타벅스, 스타필드 등을 운영하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선도하고 있고, 백화점부문은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센트럴시티 등을 통해 고급화 및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사업의 고급화와 라이프스타일 사업 확대에 힘쓰며, 최근에는 호텔 사업까지 직접 진출하고 있다. 특히, 자체 호텔 브랜드인 ‘오노마’를 론칭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했다. 이는 독립적인 브랜드 운영을 통한 신세계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이며, 향후 백화점 고객층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그룹 내 재무 구조가 단순해짐에 따라 각 계열사의 독립성과 재무 안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열분리로 인해 재무적 안정성 측면에서 정유경 회장이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마트 계열은 스타벅스를 제외하고는 상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G마켓 인수를 통해 부채가 많고, 신세계 건설도 좋지 않다보니 일단 계열분리를 한다면 재무적으로는 신세계백화점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분리에 앞서 두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의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릴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정용진 회장은 물론 정유경 회장도 현재 두 회사의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다.
한편, 이날 신세계그룹의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주)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깜짝 승진하면서 그룹 안팎에서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발표 전일만 해도 정 회장의 부회장 직 승진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오갔지만 정작 오빠 정용진 회장과 다르게 부회장을 건너뛰고 회장으로 직행한 인사라 업계의 주목도가 더 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3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그간 실질적으로 이미 남매 간에 경영분리가 되었다고 봐야 된다"며 "어쨌든 이명희 회장이 총괄 회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한 그룹에 회장이 2명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남매간의 경영실적 경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정용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서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도 일부 반증하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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