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카드업계의 충전식 외화 선불카드(이하 트래블카드) 시장 경쟁도 점차 격화되고 있다. 선발주자인 하나카드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도 빠르게 선두권을 추격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개인 체크카드 해외이용금액(누적)은 지난 9월 말 기준 3조8627억원으로 전년 동월 말(2조491억원) 대비 1조8136억원(88.5%) 증가했다.
개인 체크카드 해외이용금액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해외여행객 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는 2271만6000명으로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122만3000명)의 18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871만4000명)의 80%가량을 회복한 수준이다.
이처럼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자 카드업계도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트래블카드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20년 국내 핀테크 기업이 비자와 손잡고 출시한 ‘트래블월렛’을 시작으로 지난 2022년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를 선보였고, 올해 들어서는 ▲토스뱅크 외화통장 ▲신한 SOL트래블 ▲KB 트래블러스 ▲우리 위비트래블 ▲농협 트래블리 등 은행·기업계 카드사를 막론하고 트래블카드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카드사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아직 선발주자인 하나카드의 입지가 탄탄한 상황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개인 체크카드 해외이용금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1조8354억원으로 전년 동월 말(7363억원)보다 1조991억원(149.3%)이나 급증했다.
전체 이용금액 중 하나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47.5%로 지난해 같은 기간(35.9%)보다 11.6%포인트 높아졌다.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에 따라 확대된 트래블카드 시장의 파이를 하나카드가 더 많이 가져갔다는 뜻이다. 하나카드는 카드업계에서는 빅4(신한·삼성·국민·현대)에 밀려 중소형사로 구분되지만, 트래블카드 시장에서만큼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위는 지난 2월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한 신한카드로 9월 말까지 1조2002억원의 이용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말(5724억원) 대비 6278억원(109.7%) 증가한 것으로 전체 이용금액 충 비중은 31.1% 수준이다.
하나·신한카드가 트래블카드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뒤늦게 트래블카드 시장에 뛰어든 다른 카드사들의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4월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한 국민카드의 개인 체크카드 해외이용금액은 9월 말 기준 248억원으로 전체 이용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 수준이다. 이용금액 자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었지만 시장의 빠른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비중은 오히려 16.1%에서 9.2%로 6.9%포인트 감소했다.
국민카드보다 두 달 늦게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한 우리카드는 지난해보다 12.8% 증가한 4513억원으로 전체 이용금액의 11.7%를 차지했다. 은행이 없어 상대적으로 트래블카드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현대·롯데카드 등의 비중은 아직 0.1~0.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아직 출시 1년도 지나지 않은 후발주자들이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9월 9일부터 4주간 20~69세 금융소비자 2141명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7~8월 해외여행을 다녀온 응답자 중 65.7%가 현지에서 결제·출금 시 트래블카드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이용률이 가장 높았던 트래블카드는 트래블월렛(33.1%)이었으며,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31.6%)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지난 1월 출시된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이 18%, 신한 SOL트래블 16.5%, KB 트래블러스 14.7%, 우리 위비트래블 9.8% 등의 순이었다. 이용금액 기준으로 볼 때는 선두권과 후발주자의 거리가 상당히 멀지만, 이용률 기준으로는 그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후발주자들이 트래블카드를 출시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열되고 있는 트래블카드 시장 경쟁이 카드업계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환전 및 자동화기기(ATM) 등에 대해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트래블카드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제공되는 서비스나 혜택도 대동소이해 경쟁사 간 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트래블카드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 만큼, 향후 이를 통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후발주자들의 참전으로 더욱 뜨거워진 트래블카드 시장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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