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을 중심으로 인터넷 백과 사이트 '나무위키'에 대한 비판과 규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1일 공식 성명을 통해 나무위키가 한국에서 연간 약 100억 원의 순이익을 창출하면서도, 파라과이에 본사를 두고 있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한국 내 트래픽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국내 법인을 두지 않아 피해자들이 직접 소통하거나 법적 대응을 받기 어려운 구조임을 지적하며, 이를 '책임 없는 권리'라 비판했다.
특위는 과방위 소속 김장겸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나무위키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허위 사실 삭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파라과이 법원에 제소하라는 답변을 받았고, 삭제 요청을 위해 운전면허증 사본을 이메일로 보내야 했으며, 그마저도 한 달이 지나서야 반영되었다고 밝혔다. 특위는 이러한 절차로 인해 일반인이 허위정보를 삭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나무위키가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고 오직 이메일로만 소통한다는 점에서 피해 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허위 정보를 방치하고 피해 구제 의지 없이 한국 시장에서 수익만을 올리고 있다면, 나무위키의 국내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나무위키에 국내법상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나무위키 투명화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를 강화하고, 불법 정보 유통에 따른 수익을 환수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은 이를 통해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나무위키가 국내법의 적용을 받아 이용자 보호와 투명한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나무위키를 주시하고 있다. 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나무위키의 개인정보 및 초상권 침해 정보에 대해 강력한 차단 요청을 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일시적인 전체 차단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나무위키의 일부 실존인물 관련 문서에 대한 접속 차단을 의결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나무위키 산하 커뮤니티 사이트 '아카라이브'에 업로드된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 음란 콘텐츠를 이메일 요청을 통해 대거 삭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의 나무위키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불법적인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나무위키에 올라온 방대한 합법적인 정보 역시 전부 차단하고 검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나무위키에는 학술적인 정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누리꾼들이 편집에 참여해 게임, 만화, 아이돌 등 다른 위키에서 다루지 않는 각종 정보들이 게시되어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지난 2007년 서브컬처 이용자들의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시작된 '엔젤하이로 위키'(엔하위키)에서부터 작성되어 축적된 문서들도 존재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이사를 맡고 있는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전원 교수는 방심위가 나무위키를 전체 차단하게 될 경우 수많은 사람이 참여해 작성해 온 합법적 내용까지 삭제할 위험이 있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사생활 침해에 대한 지적 역시 대부분 스스로 공개했거나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기 때문에 개인정보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검열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앞으로 나무위키에서 정부 기조에 맞지 않는 정보들이 모두 삭제되거나, 정치인들의 정보가 차단되는 등 나무위키가 정치적 정보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나무위키를 공약 소통 플랫폼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당시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나무위키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윤석열 공약위키'를 개설해 공약에 대해 발표하고, 해당 내용을 나무위키에 그대로 올리는 식으로 운영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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