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셜 미디어 이용의 유해성이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틱톡 등 기술기업들이 제공하는 중독성 있는 콘텐츠와 알고리즘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각국에서 법적 소송이 이어지고 있으며, 청소년 보호에 대한 기술기업의 책임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틱톡을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었다. 프랑스 크레테유 법원에 제기된 이번 소송은 자녀를 잃은 7개 가족이 공동으로 틱톡을 상대로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프랑스 부모들은 자녀가 틱톡의 중독성 알고리즘에 의해 자살, 자해, 섭식 장애와 같은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었고, 그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변호사인 로르 부트롱-마르미옹은 “틱톡은 미성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제품의 결함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틱톡이 청소년 보호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이러한 주장은 부정확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변인은 자사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안전 조치에 이미 투자하고 있으며, 콘텐츠 필터링과 연령 제한 기능 등을 통해 플랫폼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틱톡의 미성년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며 제기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미국에서도 워싱턴 D.C.를 포함한 13개 주가 틱톡을 상대로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주정부는 틱톡이 청소년들을 상대로 중독을 유발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해, 자극적인 콘텐츠 노출과 장시간 사용을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 D.C의 법무장관 브라이언 슈왈브는 “틱톡이 청소년을 착취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틱톡이 플랫폼의 안전성을 가족들에게 거짓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중독성 있는 설계와 가상화폐 시스템을 통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왈브 장관은 “틱톡의 포식적 행동이 한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틱톡의 알고리즘이 청소년들에게 불안, 우울, 신체이형장애, 자살 충동, 심지어는 아동 성적 착취까지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틱톡 외에도 다수의 플랫폼들이 미성년자 보호 문제로 논란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한 10대가 '캐릭터 AI'의 AI 챗봇에 과몰입해 자살했다는 주장으로 개발사에 소송이 제기되었다. 피해자의 어머니 메건 가르시아는 아들 슈얼 세처가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캐릭터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을 연기하는 AI 챗봇과의 대화에 과몰입했으며, 챗봇이 자살과 관련된 대화를 이어나가는 등 부적절한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챗봇을 개발한 캐릭터 AI와 개발에 관련된 구글에 소송을 제기했다.이에 대해 캐릭터 AI 측은 "이번 비극에 대해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저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구글은 "단순 라이선스 계약일 뿐 운영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소송 제기에 대해 반박했다.
지난 3월에는 캐나다의 4개 지역 교육청이 메타, 스냅, 바이트댄스를 상대로 학생들의 학습에 해를 끼치고 사고방식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온타리오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교육청들은 소셜 미디어로 인한 관리 비용과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부담을 보상하기 위해 이들 기업에 배상금을 요구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의 10대 청소년이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소장을 통해 메타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10대들이 인스타그램에 중독되도록 유도하고,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해로운 콘텐츠에 노출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메타가 내부 실험을 통해 각종 기능들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경항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30일에는 브라질의 소비자 권리 보호 기관인 집단방위연구소가 메타, 틱톡, 콰이를 상대로 미성년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이들 플랫폼이 미성년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를 명시하고, 구체적인 데이터 보호 수단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2022년 페이스북의 전 직원이자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Frances Haugen)이 폭로한 내용과 유사한 내용으로, 당시 그녀는 페이스북이 청소년의 안전보다 이윤 추구를 우선시한다고 폭로하며 주목받았다. 페이스북이 자체 연구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이런 사실을 숨기고 각종 기능 개발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사회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며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려는 논의가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셜 미디어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가입을 거부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8월에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청소년들의 SNS 과몰입을 예방하도록 하는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제한을 법적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며, 디지털 환경에서 책임감 있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의 악영향이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대신, 부모와 교육기관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등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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