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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트럼프 2기, 플랫폼 공정화와 망 사용료 한미 통상마찰 우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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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유튜브 채널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최근 국내에서 논의중인 플랫폼 공정화와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한미 통상마찰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내세우며 자국 빅테크 기업 보호에 나서게 되면 한국 및 유럽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슈는 대형 플랫폼 규제다. 최근 국내에서 대형 플랫폼 규제 논의는 쿠팡과 애플, 구글플레이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본격 논의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다가 관련 업계의 반발에 한발 물러섰으며, 이후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안으로 선회했다.

 

또 지난 7월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폐기된 온플법(온라인플랫폼법)을 다시 꺼내들었다. 해당 법안은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행위 및 독점적 지위 남용행위를 금지하고 입점사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자국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한국의 플랫폼 공정화법이 미국 기업에 불균형적인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특히 구글, 메타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 우대와 타사 서비스 접근 제한 등을 이유로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정부 관계자들 역시 한국의 규제가 한미 간 통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의 플랫폼 공정화법을 '미국 기업에 손해를 주고 중국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이러한 규제가 한미 동맹과 디지털 경제의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협의 없이 규제를 강행할 경우 한미 간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구글, 메타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현재 트럼프 정부 2기에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지난 5월 제이미슨 그리어 전 무역대표부 비서실장 역시 국내에서 추진중인 플랫폼법을 두고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차별하는 규제이며 한미 무역 관계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망 사용료 문제 역시 주목받는다. 지난 7월 진행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해외 OTT가 국내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혀, 한동안 중단되었던 망 사용료 논의에 불을 붙였다. 한국에서는 2020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을 계기로 망 사용료 논란이 본격화되었고, 이로 인해 구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가 한국에서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에서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바 있다. 또 바이든 정부에서는 망 중립성의 원칙을 부활시키려 했지만, 법원에 의해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망 중립성이 다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며, 미국의 빅테크들이 더 큰 망 사용료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 망 사용료 의무화를 추진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이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그동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망 사용료 법안이 반경쟁적이며, 미국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또한 2022년에는 아마존, 애플, 구글 등 미국의 주요 ICT 기업이 소속된 미국 컴퓨터통신 산업협회(CCIA)가 한국의 망 사용료 의무화가 한미 FTA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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