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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밸류업 ETF, 국내 증시에 약 될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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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4일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 증권사, 정부당국, 상장기업 등 약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자본시장의 도전과제와 기회에 대해 논의하는 '코리아 캐피탈 컨퍼런스(Korea Capital Conference) 2024'를 개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상품(ETP)이 상장됐다. 밸류업 ETF·ETN이 침체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밸류업 지수가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노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12개 종목 및 상장지수증권(ETN) 1개 종목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됐다. 이날 상장된 ETP의 전체 규모는 511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탁·신한·키움투자·한화·NH-아문디·하나자산운용 등 9곳은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를 출시했으며, 타임폴리오·삼성액티브·트러스톤자산운용은 펀드매니저가 개별 종목을 고르고 비중을 조정하는 액티프 ETF를 내놨다. 삼성증권은 유일하게 밸류업 ETN을 출시했다. 

 

밸류업 ETP 출시가 최근 계속된 약세장에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ETF 출시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가치 재평가, 증시 전반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 확산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 또한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과매도가 이어지며 국내 증시가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밸류업 ETF의 출시는 수급 전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지수가 출시 후 지속적으로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하고 있는 만큼, 밸류업 ETP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실제 지난 9월 30일 처음 발표된 밸류업 지수는 첫날 992.13으로 장을 마감했으나, 11월 4일 현재 1006.53(+1.6%)까지 오른 상태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593.27에서 2,588.97으로 0.2% 하락했다. 

 

다만 밸류업 ETP 출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밸류업 지수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밸류업 지수가 기업들의 주주환원 및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밸류업 지수가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하고 있는 것을 “밸류업 모범 기업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기간 밸류업 지수의 상승은 상장사들의 실질적인 밸류업 노력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 

 

실제 밸류업 지수의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상장사의 밸류업 노력이 아니라, 오히려 밸류업을 역행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구성종목 중 하나인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밸류업 지수도 함께 폭등한 것. 

 

같은 기간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 중 비중 1위인 삼성전자가 부진했으나, SK하이닉스가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는 점도 밸류업 지수 상승세의 주요 동력 중 하나다. 

 

문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나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이 밸류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변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밸류업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일반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하려 했다는 것. 금융당국 또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시도에 제동을 걸고 부정거래 소지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영향으로 밸류업 지수도 크게 변동했다. 지난달 29일 1020.82까지 올랐던 밸류업 지수는 30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달 1일 980.86(△3.9%) 떨어졌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발표 당시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기업”으로 지수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밸류업 지수는 구성 종목 중 한 기업의 밸류업 역행 시도로 인해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됐다. 

 

이 때문에 밸류업 ETP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밸류업 지수 재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밸류업 지수는 발표 당시부터 기업의 주주환원 노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고배당 종목인 KB금융과 하나금융 등이 “최근 2년 평균 PBR 순위가 동일업종 50% 이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기 때문. 논란이 불거지자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직후 연내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의 조기 변경을 검토하겠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월말 지수 발표 이후 성과를 보면, 고려아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하이닉스의 기여도가 가장 높은 편”이라며 “특히 경영권 분쟁 관련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고려아연의 경우, 지수 추종자금의 편입 수요가 부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연구원은 “MSCI 등은 경영권 분쟁을 고려해 유동비율 축소를 반영하고 있지만, 국내 지수의 유동비율은 명목 유동비율 특성상 절대적인 수준이 글로벌 지수 대비 높은 편”이라며 “경영권 분쟁 관련 주가 변동성과 익스포져를 보면 솔직히 지수 편출에 대한 생각이 앞선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이어 “최소한 유동비율 수시변경이라도 관련 편입 부담과 투자자의 익스포져 노출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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