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초박빙 상태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미 정·관계를 향한 로비액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
4일 미국 정치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한화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3분기까지의 대미 로비 지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반도체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주요 법안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로비 전이 더 치열해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두 후보 모두 팽팽한 접점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누가 되든 우리 산업계에 영향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전년대비 14% 상승한 누적 569만 달러를, SK그룹은 26% 상승한 423만 달러를 지출해 각각 기록적인 로비 예산을 집행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각각 251만 달러, 68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각각 4만 달러, 19만 달러 증가했다.
각 기업들은 해외 대관조직을 키우고 외교·통상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하며, 접촉면도 늘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관 조직을 강화했고, SK는 미국 대관 조직을 신설했으며, 현대차와 LG도 유사한 조직 개편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출장길에 동행하는 김원경 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양서진 부사장은 모두 외교관 출신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연원호 경제기술안보연구센터장을 글로벌경제안보실장으로 영입했다.
한편, 미 대선을 하루 앞두고 미국 대선 여론조사 중 신뢰도 1위로 알려진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마지막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차범위를 무시하고 조사결과와 개표결과가 일치한다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NYT와 시에나대가 지난달 24일부터 2일까지 7대 경합주의 투표 의향 유권자를 조사해 3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해리스는 4곳에서 앞서고, 트럼프는 1곳에서 우세였다. 2곳은 동률이었다.
그런가 하면 미 NBC 방송이 마지막으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가 49% 동률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의 7개 경합주 조사에서는 해리스가 네바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조지아 등 4곳, 트럼프가 애리조나 1곳에서 앞섰지만, 모두 오차범위 내여서 예측이 어렵게 됐다.
해리스는 흑인과 30세 미만 젊은층, 대학 학위 소지 유권자에서, 트럼프는 농촌과 백인, 대학 학위 미소지 유권자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해리스가 여성에서 16% 포인트, 트럼프는 남성에서 18% 포인트 앞섰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미 대선 양당 후보들의 공약 중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어디일까.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국내기업 300개사 대상)은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와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각각 제시한 경제정책 공약 중 ‘관세 공약’에 가장 관심이 큰 것으로 나왔다.
가장 주목하는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을 두개 꼽아달라는 질문에 '전략적 표적관세 추진'(17.4%)과 '동맹국 중심의 다자간 통상 확대'(17.3%)를 가장 많이 응답했다.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는 경제정책 어젠다로 '기회의 경제'를 제시하며 경제공약을 수립했다. 전면적 관세 부과에는 반대하되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전략적 표적 관세 정책을 추진해온 바이든 정부의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상기조에 대해서도 동맹국과의 국제협력과 다자 협상을 중심으로 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후보의 공약 중 △보편·상호적 관세 확대(25.6%) 정책 △미국 우선주의 기반의 양자협상 강화(18.5%) 정책을 주목했다. 또 트럼프의 공약 가운데 △미국내 투자한 외국기업 혜택 축소(13.9%) △대중 디커플링 정책(12.7%) △법인세 인하(8.2%) 등 정책향방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약속하면서도, 반도체법(CHIPS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폐지 혹은 축소해 바이든 정부 시기에 미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금 혜택을 줄여나가려 하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 대선은 단순히 미국 내부의 변화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 이벤트”라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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