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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감원, 우리은행 내부통제 부실 정조준...비은행 M&A 차질 빚나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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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4.10.10.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선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이슈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의 정기검사로 동양·ABL생명의 연내 인수가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주주환원 계획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3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비은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이후, 우리금융은 꾸준히 증권·보험사 M&A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한국포스증권 인수 후 우리종합금융과의 통합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고, 최근에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보유 중인 동양·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자회사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금융에게 생보사 패키지 인수는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 교두보로 여겨진다. 아직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해 자본확충 및 라이선스 추가 확보가 필요한 우리투자증권과 달리, 동양생명은 수입보험료 기준 업계 6위 권의 대형 보험사이기 때문. 

 

게다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다자보험그룹의 급한 사정이 작용해 인수 금액 또한 시장 예상은 물론 다자보험그룹의 투자비용보다도 낮은 1조5493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룹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상당히 좋은 ‘가성비’로 얻게 된 셈이다. 

문제는 동양·ABL생명 인수가 그룹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들어 각종 내부통제 리스크를 드러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경상남도 김해 지점에서 대리급 직원이 서류를 위조해 고객 대출금 10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차주가 제출한 허위서류를 걸러내지 못하고 55억원을 대출해준 사실이 공시되기도 했다. 

 

특히, 8월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금감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현직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사실이 있는 법인·개인사업자에 대해 총 454억원(23건)의 대출을 실행했다. 162억원(19건)은 다른 법인·개인사업자에 대출됐지만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사용자로 의심되는 경우다.

 

최근 반복된 금융사고 및 내부통제 이슈로 금융당국의 눈길이 우리금융에 집중되면서, 보험사 인수의 적정성을 두고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 2등급을 받은 뒤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이번 검사에서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갈 경우,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임 회장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경영실태평가 3등급 이하의 금융지주사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5.3%에서 15.0%로 상향됐다. 만약 연이은 횡령 및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의혹이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등급 하락을 피하더라도 보험사 인수 절차는 결국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임원회의에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은행 등의 금융사고와 해외 현지법인 투자 및 운영 부실 등에 대해 정기검사 과정에서 면밀히 점검하고 근본적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조직문화의 기저를 이루는 파벌주의 용인, 금융사고에 대한 안일한 인식,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경영체계 지속 등으로 건전성 및 내부통제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라며 “우리금융의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외형확장 중심의 경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장이 면밀한 검사를 지시한 만큼, 정기검사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연내 인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검사 기간이 더욱 길어진다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 시기 또한 더욱 멀어질 수 있다. 

 

동양·ABL생명 인수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금융이 제시한 주주환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7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총주주환원율 50%를 중장기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까지 CET1 비율을 12.5%로 상향하고 총주주환원율을 40%대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밸류업 계획의 전제는 “보험·증권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과 은행의 균형 성장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비은행 부문 강화의 핵심 과제인 동양·ABL생명 인수가 무산된다면 밸류업 계획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게 되는 셈이다. 

 

보험사 인수 비용 부담으로 인한 자본비율 하락 우려도 고려 대상이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3분기 말 기준 12.0%로 전년 동기 대비 0.2%p 하락했다. 13%대 진입까지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보험사 인수로 인해 자본비율이 더 떨어진다면 주주환원 계획 또한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국내 금융지주사는 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3% 초과분은 주주환원 여력으로 활용된다. KB금융(13.85%), 하나금융(13.17%), 신한금융(13.13%) 등 다른 금융지주사는 모두 13% 이상의 CET1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금융과 경쟁사 간의 격차는 아직 큰 셈이다. 

 

다만 금감원 검사로 인해 보험사 인수가 지연되면 오히려 자본비율 하락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M&A에 따른 CET1 비율이 당초 –8bp(1bp=0.0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편입 승인 시기가 늦춰지면서 CET1 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며 “내년 상반기 중 편입이 승인된다면 보통주자본금이 증가할 것이고, ABL생명 자산 재평가에 따른 평가익이 반영되면서 염가매수차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사측은 연간 4%내외로 위험가중가산(RWA)을 관리할 계획인데, 이렇게 될 경우 배당을 감안하더라도 매크로 상 큰 변동성이 없다면 CET1비율은 연간 +40bp상승이 가능하다”며 “연말 목표는 12.2%로, 내년 말 목표는 12.5%로 당초 시기보다 조기 달성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의) 운영리스크와 건전성 문제 등이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부실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완료하고  다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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