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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당국,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손질, 연말 배당 축소 우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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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KRX 보험지수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금융당국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심화된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제도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연말 배당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다. 

 

새 회계제도(IFRS17)는 결산 시점의 시장금리를 감안한 할인율과 손해율, 해지율 등 최적의 계리적 가정을 반영해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한다. 계리가정은 개별 회사가 경험통계·계약자 특성 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계리적 가정을 각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가정하는 과정에서 회계이익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으로 보험계약에 따른 이익을 과대 계상에 실적을 부풀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험사의 실적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IFRS4 대비 IFRS17 이익 증가율은 –782%에서 189%로 차이가 상당히 컸다. 

 

금융위는 “보험사들이 자의적 가정을 사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익에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로 위험이 이연되고, 누적된 위험으로 인해 미래 상황에 따라 건전성이 갑자기 저하될 우려가 있다”라며 “이 경우 보험회사 부실, 장래 보험료 급증 등을 유발하여 보험계약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실적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계리적 가정을 합리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우선 보험료가 일반 보험상품보다 싼 대신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무·저해지상품의 경우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이는 보험사들이 그동안 해당 상품의 해지율을 지나치게 높게 가정해 수익성을 높게 산출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려왔기 때문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그동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무·저해지상품을 판매해왔던 보험업계의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단기납 종신보험도 기준이 변경됐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5~7년 정도로 짧지만 10년 시점에 보너스 등을 부과로 환급률이 높은 보험상품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 해지를 계리적 가정에 반영하지 않았으나,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의 추가 해지를 반영하게 됐다. 

 

금융당국이 개선한 계리적 가이드라인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합리화된 계리적 가정이 자리잡을 경우 그동안 부풀려진 보험사 실적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 실적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작아지는 추세다. 보험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 중 하나로 연말 배당을 노린 투자자들이 늘어날수록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 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 도입 후 꾸준히 배당규모를 확대해왔다. 한국ESG기준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신보험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보험사의 배당수준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1개 상장 보험사가 지난해 지급한 배당금은 총 2조1160억원으로 전년(1조6080억원) 대비 31.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조3690억원에서 7조7140억원으로 76.6%나 증가한 데다, 금융당국도 보험사 재무건전성 제고 및 배당여력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에 힘쓴 덕분이다. 

 

지난해 배당 확대에 이어 올해 밸류업 효과까지 더해지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온 보험주는 오히려 연말이 다가올수록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지난 9월 3일 2177.91까지 올랐던 KRX 보험지수는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이달 11일 현재 2036.67(△6.5%)까지 하락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실적 거품 논란 해소를 위해 제도 개선을 예고한 만큼, 실적 하락 우려가 주가에도 반영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선안이 예상보다는 완화된 수준이지만 실적 및 자본 부담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 대비 매우 완화된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마진(CSM)과 신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의 ‘마이너스(-)’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 또한 “기존보다 현저히 보수적인 가정이 적용됨에 따라 CSM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할인율 현실화 방안이 완화됐지만, 이미 발표된 K-ICS 해지위험액 정교화, 이번 계리적 가정 강화, 시장금리 하락 등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했을 때 K-CIS 비율은 6월 말 217.3%(경과조치 적용 후) 대비 약 20%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실적 변동에 따라 배당 규모가 크게 변동되는 보험사의 기존 관행을 개선하고, 당기순이익이 휘둘리지 않는 예측가능한 배당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ESG기준원 문서정·임성윤 연구원은 “국내 보험사의 경우 그간 주로 당기순이익에 큰 영향을 받는 배당성향 위주의 배당정책을 공표해 왔으며 따라서 당기순이익 변동성이 증가할 경우 배당정책의 예측가능성 또한 크게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IFRS17에서 보험사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에 대한 계리적 가정과 관련된 추가 CSM 규제가 도입될 경우 보험사 당기순이익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여지가 있다”라며 “배당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배당정책에 배당성향뿐만 아니라 DPS 기준을 동시에 제시하되 재무건전성 비율을 배당전제 조건으로 활용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확보와 배당의 예측가능성 제고 사이의 균형점을 적절히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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