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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 기후 대응에 악영향 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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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kW급 블루수소 생산시스템. 사진=한국 중부발전

세계 최대 규모를 목표로 내년에 착공 예정이었던 충청남도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가 수요 미확보에 따라 생산 목표를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김한규 의원실이 한국중부발전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의 생산 목표가 기존 연간 25만 톤(t)에서 절반 수준인 12.5만 톤으로 축소됐으며, 이 마저도 실제 필요량은 10만 톤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는 한국중부발전과 SK이노베이션 E&S가 총 2조1000억 원을 투자하여 추진하는 사업으로, 내년 3월 착공 후 2028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블루수소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로, 이를 지하에 저장하거나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활용한다. 블루수소는 여전히 화석연료인 메탄을 활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한계가 있다.

 

수요 부족으로 인해 생산 목표가 절반으로 줄어든 이번 결정은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가 수요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플랜트의 수요는 대부분 가스발전 혼소용(가스와 수소를 섞어 태워서 발전함)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며 RE100(100%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수요 기업들이 필수 에너지원으로 여기기 어렵다. 실제로 중부발전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령 블루수소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 외에는 구매할 기업이 없음을 인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전이 재무적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김한규 의원은 “중부발전이 블루수소의 수요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무리하게 블루수소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족한 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광양에 소재한 SK이노베이션 E&S 소유의 LNG복합 발전소를 보령으로 이전하려는 계획마저 드러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계획은 기존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부 계획을 통해 앞서 알려진 바도 없는 사안이다.

 

블루수소는 CCS를 이용해 기업과 정부에선 ‘친환경’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실상은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국내 연구진에 의해 낮은 포집 비용으로도 블루수소 생산 발전 가능성이 열렸다. 올해 3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청정연료연구실 박종호 박사 연구진이 블루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인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핵심 소재와 공정 기술을 개발해 포집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기존 흡착제의 낮은 흡착량과 이산화탄소 선택도를 개선하여 공정 효율을 높였다. 새로 개발된 흡착제는 기존 상용 제품보다 이산화탄소 포집 선택도가 4.6배 높으며, 유사한 수준의 흡착량을 유지한다. 기존 상용 흡착제는 메탄을 더 많이 포집하거나 이산화탄소 포집 시 흡착량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었지만, 연구팀은 이산화탄소와의 결합력을 최적화한 극성 흡착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 1톤당 40kWh의 전력만으로 포집이 가능해졌으며, 이는 미국 에어프로덕츠사의 기존 기술 대비 전력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박종호 연구책임자 박사는 “이번 기술로 연간 백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1톤당 30달러 이하의 낮은 비용으로 포집해 블루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령 블루수소 수요처. 자료=더불어민주당 김성환·김한규 의원실 제공

한편,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체 수요의 75%를 담당할 광양 LNG 복합발전소의 보령 이전 계획이 이번에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존 정부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으로,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중부발전은 이전에도 수명이 다해가는 보령 1~3호기 가스복합발전소에 대한 수명 연장과 수소 혼소 발전을 시도한 바 있다. 

이번 자료에서 보령 1~3호기 계획은 사라졌으나, 광양 LNG 복합발전소의 보령 이전과 수소 혼소 발전 계획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선숙 기후위기에너지전환보령행동 대표는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블루수소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노후 가스발전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블루수소나 혼소 같은 거짓 명분으로 화석연료 연장을 시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또 블루수소 플랜트 건설과 가스발전 혼소에 투입될 막대한 비용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공기업인 중부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하지 않고, 지금처럼 가스 의존을 고착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공기업부터 책임감 있게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가스팀 팀장은 “배터리·소재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시간이 부족한 SK이노베이션 E&S가 처치 곤란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생산 LNG·블루수소 수요처 확보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상황이 우려된다”며 “합병과 함께 제시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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