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지난 4일과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륨에서 'SK AI 서밋 2024'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SK는 AI를 위하여 새로운 집을 짓고 새로운 길을 닦겠다는 매우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SK의 원대한 계획은 최근 진행되는 "AI에게는 새로운 집이 필요하다"라는 TV광고로 연일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때아닌 위기론으로 시달리는 동안 SK는 변혁의 중심에 서겠다며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4만원대로 떨어지자 삼성전자는 1년내에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공시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가 회복될 수도 있다. 한편 SK는 AI기업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굳히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AI시대가 이미 시작된 지금 SK의 기존 CPU와 RAM사이에 배치되던 12단 HBM을 뛰어넘는 세계 최초의 16단 HBM제품을 전시회에서 소개하며 기술적인 우위를 알렸다.
SK가 이날 행사에서 소개한 또 하나의 변화는 SCM 즉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torage Class Memory)이다. 이 매체는 플래시 메모리처럼 데이터를 유지하면서도 DRAM처럼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 랜덤 액세스 기능을 가지고 있다.
관련 부품은 인공지능에서 머신러닝과 지적추론의 2가지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의 실시간 분석과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 경우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지 못하던 일부 블로그나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실시간 검색이 가능해진다. 기존 SSD가 점차 하드디스크를 대체했던 것처럼 CSM는 SSD를 대체할 것이며 하드디스크의 퇴출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SK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는 메모리내 처리(PIM:Processing In Memory)기술과 메모리내부 가속(AIM:Accelerator in Memory)기술이다. SK는 PIM이나 AIM기술을 적용한 GPU카드나 NPU카드를 이번 서밋행사에 내어놓았다. 관련 기술을 적용하면 메모리와 CPU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진다.
SK는 PC나 노트북에서 사용되던 전통적인 SO-DIMM의 최대 동작속도 6.4GHz를 뛰어넘는 CAMM소켓을 전시했다. 이 제품은 더 많은 메모리를 적은 공간에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데이터압축과 저전력 기술을 활용하여 데이터처리량을 늘렸다.
전시회에서는 기존 플라스틱 기판을 대체할 글래스기판 반도체도 새롭게 선보였다. 글래스 기판은 PCB보다 빠르게 열을 방출할 수 있고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미세한 회로를 보다 정밀하게 생성할 수도 있다.
사전에 등록하지 않았던 비협력사 직원들도 이날 행사에 입장을 제한받지 않았다. SK그룹은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MS등 이름만대면 누구나 아닌 빅테크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스몰테크에도 상당한 기회를 제공했다. 삼성전자의 씨랩인사이드(C-Lab Inside)나 LG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현대자동차 등도 다양한 신생기업을 지원하는데 SK독자행사에서의 스몰테크 기업들은 상당히 부각되었다.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SK사내부서인지 외부기업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이들 기업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SK가 새롭게 주목하는 분야는 데이터센터이다. 회사는 자사전시장 대부분을 LED전광판으로 꾸민 가상의 AI데이터센터로 덮었다. 한편 SK의 비전이 야심차지만 한국은 현재 다양한 규제로 한국은 데이터센터 설비 20위 밖으로 꾸준히 밀려나고 있다. 호주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면 규제 간소화로 6개월 후에는 착공이 가능해진다. 중국은 모듈형 데이터센터로 빠르게 AI를 위한 새집을 제공한다.
필자가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던 말레이시아 정부도 빅데크의 에너지와 물사용에 적지 않은 거부감이 가지고 있으며, 빅데크는 빠르게 말레이시아와 싱가폴 건너 인도네시아 바탐섬이나 태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먼저 전력이 뒷받침해야 한다. 예전에는 한국전력의 전기를 사용하려면 먼저 전기사용 예정통지를 제출하고 기다리면 되었는데, 한국전력은 과거와 달리 전력계통의 안전성이나 수급불안정, 전자파를 우려한 사회적 영향을 이유로 이제는 전기공급을 거부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데이터센터 구축이 용이한 지역을 ‘데이터센터 설립 권장지구’로 지정하여 수도권 밀집을 완화할 계획이다.
컴퓨터에 전기 좀 사용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은 국가전체 전력의 1%에 달한다.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의 머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낮은 전력으로 움직이는지 쉽게 실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500제곱미터 이상의 전산실을 데이터센터로 규정한다. 그런데 일부 규모 있는 데이터센터들은 하루에 10,000톤~20,000톤의 용수를 사용하며 이는 인구 5만의 소규모 도시에서 사용하는 엄청난 물의 양이다. 지나친 용수의 공급을 줄이기 위하여 최근에는 다양한 침액냉각 활용이나 바닷물의 사용이 거론되고 있다.
SK와 협력하는 빅데크 중 하나인 구글은 관객의 사진을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미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실시간 움직이는 캐릭터를 선보여왔기 때문에 관련 기술은 큰 주목을 받는 수준은 아니었다. 전통적인 클라우드 강호 AWS는 높은 보안성과 기존 시스템과 연동이 용이해진 구축형 프라이빗 클라우드서버를 선보였다.
MS는 자사 인공지능 에이전트인 코파일럿이 탑재된 PC와 노트북 등을 소개했다. PC 등에 코파일럿이 탑재되면 개인맞춤형 응대가 용이해지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등과 연동이 되므로 복잡한 엑셀작업을 인공지능에게 대신하게 할 수도 있다.
시총 1위기업으로 새로이 등극한 빅테크 엔비디아는 SK의 HBM3가 탑재된 GB200 그래픽카드 실물을 선보였다. 가로 세로 20cm 정도되는 기판 한장은 1억원이 넘는데 돈을 주어도 구하기가 힘들다. 엔비디아의 DGX B200이 8장 탑재된 일부 서버의 가격은 그나마 구하기가 쉬운데도 그 몸값은 7억원을 넘는다.
LAMBDA는 GPU 클라우드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듯이, LAMBDA에서 필요한 GPU를 시간 단위로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H100이 아직 5,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그러나, H100을 한시간 빌릴 경우에는 대략 3달러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드라마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이미 콘텐츠 제작에 AWS의 GPU를 빌려사용하고 메타도 MS의 애저에서 일부 GPU를 빌려써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바 관련 시장의 성장성은 밝은 편이다.
스몰테크 기업인 코난테크노롤지는 다양한 엣지 AI기술을 선보였다. 관련 기술은 네트워크 가장자리에 AI 기능을 배치하여 CPU의 부담을 줄이고 전체적인 처리속도를 개선한다. 이러한 장점은 수천대의 CCTV를 동시에 분석하는 솔루션에서 메인 CPU의 부하를 크게 줄여줄 수 있다.
SK그룹이 추구하는 AI하이웨이의 미래는 한국내의 다양한 AI생태계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데이터주권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AI관련 산업의 육성은 제조, 금융, 의료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AI개발자, 데이터과학자 등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확보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에서 근무했으며,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여정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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