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해군력 확충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하다는 우려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규 군함 건조 능력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특히 현지 조선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광수 전 미래에셋 애널리스트이자 명지대 겸임교수는 지난 19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과의 해군, 군비경쟁”이라면서 “남중국해나 대만의 문제로 해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이 앞으로 해군을 증강해야 되는데, 조선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세계 선박건조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50%, 한국이 26%, 일본 14%인 반면 미국은 0.13%”라면서 “미국 내에 노후된 조선소가 많은데,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게) 그걸 인수해서 거기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배를 제조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에서 운항되는 선박은 미국 내에서 제조해야 하는 ‘존스법’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의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미국 내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운항해야지만 해상운송을 허가하는 법이다. 당초 전시에 동원할 수 있는 상선을 확보하려는 안보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이 최근 미국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중 해군력 경쟁의 추이와 전망, 2008~2030’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해군력을 증강하며 미국을 압도하는 건조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2008년 해군 함정 총톤수에서 세계 3위로 부상했는데, 한국전쟁 이후 54년 동안 비율이 88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1999년부터 2022년까지 약 23년간 중국은 총 1백12만5000톤의 해군 함정을 증강했으며, 특히 2013년 이후의 9년간 전체 증강량의 70% 이상이 집중되었다. 이는 미국의 동기간 증강량보다 두 배 많은 수준이다.
중국은 2015년 함정 수에서 미국을 처음으로 추월, 2022년에는 351척을 보유하며 미국과의 격차를 57척으로 확대했다. 또 신형 함정 건조 비율(70%)과 젊은 함정 평균 연령(14.9년)으로 중국이 질적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미 해군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방예산 삭감, 그리고 오래된 함정으로 인해 양적·질적 열세에 놓인 상황이다.
함정 수로 보아도, 2030년에는 중국이 약 425척, 미국은 약 290척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격차는 약 135척으로, 이는 한국 해군 전체 함정 수를 넘어서는 규모다.
보고서는 “중국은 건조 능력에서 미국보다 약 2.3배에 달하는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향후 함정 수와 질적 개선 면에서 모두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2045년까지 총 500척의 유무인 군함을 포함한 해군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건조 속도와 계획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미국은 분산해양작전(DMO)과 자율 무인무기 기술로 대응하지만, 신냉전과 새로운 군비경쟁의 양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콕 찍은 군함 유지, 보수 사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함정 건조 및 MRO 역량이 충분치 못한 미국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 조선업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미 7함대 MRO 수주가 가능한 HD현대중공업과 미국 본토(2, 3, 4함대)물량까지 수주 가능한 한화오션은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수혜주로 계속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 때 미 무역대표부(USTR)가 착수한 ‘중국 조선업에 대한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해당 재료가 소멸되기보다 오히려 미 해군 함정 MRO 투자포인트와 더불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미 당선인의 ‘한국 조선업의 도움과 협력’ 발언 이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근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를 찾았다.
지난 20일 열린 행사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손영창 한화오션 제품전략기술원장도 참석했다.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는 첨단 시험 설비를 갖추고 있는 조선·해양·방산 분야 핵심 연구 거점이다.
현장을 둘러본 김승연 회장은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또 김승연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여러분은 한화그룹의 자산이자 대한민국 산업의 자산”이라며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에 기여한다’는 뜨거운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더 밝게 빛날 한화의 미래에 조선해양 부문이 가장 앞에 서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한화 가족 모두는 우리 그룹의 일원으로서 함께 나아갈 한화오션의 미래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격려했다.
끝으로 김승연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한화는 여러분들이 마음껏 연구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12일 미국 해군 7함대의 '유콘함'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 미국 수주다.
MRO는 무기들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지 보수 사업이다. 특히 미국 군함 MRO 시장은 연간 20조 원 규모로 관측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7월 미 해군과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5년간의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한 바 있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원격 MRO 플랫폼의 경우 해외에 수출한 무기 체계의 유지 보수를 국내에서 원격으로 지원하는데, UAE 등 중동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다.
LIG넥스원은 중동을 시작으로 향후 미국 등 다른 글로벌 시장까지 정조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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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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