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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실적'보다 '위기관리', 은행권 리더십 교체 흐름 뚜렷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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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3분기 누적 순이익 비교.(단위: 억 원) 자료=각 사.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은행권에 리더십 교체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행장 교체 수순에 들어간 만큼, 금융사고가 잦았던 은행을 중심으로 실적보다 리스크 관리 역량에 초점을 맞춘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행장들은 모두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CEO) 인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실적’은 대체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조6820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1159억원) 대비 5661억원(4.7%) 증가했다. 금리인하로 이자마진이 축소되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여신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은행권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번 행장 인사에서 실적은 그렇게 중요한 기준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올해 횡령·배임 등의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정치권에서도 은행의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실적’보다는 ‘금융사고 책임론’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차기 행장 인선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우리은행은 이미 행장 교체 수순에 들어선 상태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조병규 행장의 연임은 어렵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524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898억원) 대비 2346억원(10.2%) 증가했다. 이는 5대 은행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2조5167억원)을 넘어섰다. 물론 조 행장이 연초 제시한 ‘순이익 1위’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있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20%나 하락할 정도로 부진했던 우리은행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내며 반등한 만큼 실적 때문에 1년 만에 행장을 교체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나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경남지역 영업점에서 100억원대 횡령이 발생한 데 이어 9월과 11월에는 허위서류를 걸러내지 못해 각각 56억원,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가장 큰 문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이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개인사업자에게 350억원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 행장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우리금융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행장이 피의자로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도 반복된 금융사고로 금융당국의 정기검사에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조 행장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석용 농협은행 행장 또한 연임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은행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여섯 차례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109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를 시작으로 ▲5월 51억원의 공문서 위조 및 10억원의 초과대출 ▲8월 117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 ▲국정감사 직전인 10월에는 140억원 규모의 담보대출 사기 ▲11월 2억5000만원 규모의 횡령 사고 등이 연이어 드러났다. 

 

경영실적 또한 ‘금융사고 책임론’을 극복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농협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1조7783억원으로 2022년(1조7972억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656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052억원) 대비 509억원(3.2%) 늘어났지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실적이 감소한 국민은행을 제외하면 5대 은행 중 가장 증가율이 낮았다. 

 

여기에 연체율(0.54%)과 고정이하여신비율(0.48%) 등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18%p, 0.14%p 상승해 건전성 지표 또한 악화하는 추세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경쟁 은행의 연체율이 0.28~0.32%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한편, 국민·신한·하나은행의 경우 현 행장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취임 첫 해 신한은행의 ‘3조 클럽’ 입성(연간 순이익 3조677억원)을 이끈데 이어, 올해에도 3분기만에(3조1028억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으며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 증가율은 19.4%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 또한 꾸준한 실적 성장으로 경영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이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3조47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올해 3분기에는 2조7808억원(0.5%)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은행에 1위 자리를 넘겨줬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두 번째 임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근 국민은행장 또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22년 취임한 이 행장은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3년차를 보내고 있다. 올해 초 터진 홍콩 ELS 사태의 여파로 3분기 누적 순이익(2조6179억원)이 전년(2조8554억원) 대비 2375억원(△8.3%) 감소했지만, 3분기만 놓고 보면 1조1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허인 전 행장이 ‘2+1+1’로 4년의 임기를 채웠다는 점에서 이 행장도 전례에 따라 추가 임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번 주 중 차기 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각종 금융사고로 비판 여론에 직면했던 시중은행이 차기 행장 인사와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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