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전 세계 주요국들이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일본, 유럽, 싱가포르 등도 독자적인 전략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는 2030년에 자율주행차 시장규모가 177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율주행 기술 규제 완화를 시사하며 미국 자율주행 산업은 새로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기존 주 단위 규제를 통합해 연방 단위의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규제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자동차 제조업체의 자율주행차 배치를 연간 2500대로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GM,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서한을 보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촉진할 연방 차원의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동차 혁신 연합이 작성한 이 서한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로 인해 미국 제조업체들이 불공정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호소했다.
특히 이 서한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요구했던 차량 배출가스 규제를 "비현실적이고 소비자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비판하며, 보다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기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9년까지 모든 신차에 첨단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현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미국은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로 테슬라, 웨이모, 크루즈 등의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업들은 누적되는 손실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산하의 웨이모는 10년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며 2천만 마일 이상의 실제 도로 주행 기록을 가지고 있다. 크루즈와의 로보택시 경쟁에서도 승리한 웨이모는 현재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운영하며 상용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크루즈는 도심형 모빌리티에 특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며, 완전 자율주행차 ‘크루즈 오리진’을 테스트 중이다. 크루즈는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한때 로보택시 주행이 중단되었으나, 올해 4월부터 다시 자율주행 차량 운영을 재개한 상황이다. GM은 지난 6월 크루즈에 8억5000만 달러(약 1조1305억 원)를 주가로 지원했으며, 2025년 1분기까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최근 운전대와 페달이 아예 없는 무인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한 테슬라는 내년부터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해 웨이모, 크루즈와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모델3와 모델Y에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하고, 내후년부터 사이버캡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과감한 규제 완화와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에서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를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10개 이상의 도시에서 운행 중이며, 연말에는 홍콩 공항에서도 시범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샤오미는 최근 전기차 모델 'SU7'의 시승 행사를 진행하며 AI 기반의 실시간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했으며 지리 자동차 역시 최근 광저우 모터쇼에서 스마트 주행 솔루션 버전 2.0을 선보였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 역시 자율주행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체계적 전략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각부는 자율주행 기술을 2025년까지 50개 지역, 2027년까지 100개 지역에서 상용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국토교통성, 경제산업성, 경찰청이 협력해 추진 중이다.
또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이 공동으로 전담 정부 부서인 ‘모빌리티 DX본부’를 마련해 부처 간 협업의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에 참여해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노동력 부족과 토지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KPMG가 발표한 자율주행 준비 지수(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에서 싱가포르는 정책과 법률, 소비자 수용성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도로 인프라에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해 차량이 장애물이나 교차로에서 더욱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비영리 간행물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명확한 규제와 높은 소비자 수용성을 기반으로 외국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와 상용화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교통부 장관 치 홍 탓(Chee Hong Tat)은 단순한 버스 루트와 낮은 교통량 지역에서 자율주행차를 먼저 상용화한 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는 현재 2027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9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해 2025년까지 자율주행 버스를 상용화하고, 2027년에는 운전자 없는 주행이 가능한 승용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기정통부는 2027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기존의 규제·인프라 개선 중심 접근을 보완하는 고성능 인공지능·컴퓨팅 기술 확보와 SDV 전환 이후 세계시장의 기술주도권 향배를 좌우할 보안·안전성 관련 표준·인증 선점을 주요 과제로 도출한 바 있다.
국내 자율주행 발전을 위한 정책 정립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법 체계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법적 제도와 도로 인프라도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가 다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 역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분주하다.현대자동차는 올해 연말까지 시속 80Km 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레벨 3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대차는 지난 10월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국의 자율주행 AI 전문 기업 하오모와도 손잡는등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KT는 지난 2022년부터 안양시와 함께 모빌리티 AX(AI 전환)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의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 네이버 산하의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공간지능분야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라이드플럭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모라이, 에이스웍스 등 각종 자율주행 스타트업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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