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호주가 28일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SNS) 사용을 부모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완전히 금지하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호주 통신부가 지난 21일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지 약 일주일 만에 신속히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이번 법안은 틱톡, 인스타그램, X, 스냅챗 등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약 5천 만 호주달러(약 325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내년 1월부터 시범 운영을 거친 뒤, 내년 11월부터 정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호주 정부는 SNS 사용자의 연령 확인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법안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고 유해 콘텐츠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며 "우리가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고 밝혔다.
호주 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호주에서 미성년자가 SNS에서 온라인 괴롭힘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의 피해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여론 조사에서 77%의 호주 국민이 해당 법안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이번 규제의 대상이 된 기업들은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지 일주일 만에 통과된 부분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급하게 추진된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앨버니지 노동당 정부는 하원을 통과한 지 하루 만에 해당 법안을 상원으로 넘겼으며, 상원에서는 겨우 하루 동안의 검토 후 표결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기술 기업들은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이 강행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틱톡은 29일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이 "성급하게 처리된 과정으로 인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틱톡 대변인은 "이 법안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인터넷의 더 위험한 부분으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며 "호주 정부가 업계와 협력하여 이러한 법률이 초래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타는 성명을 통해 "현재의 나이 인증 기술은 실질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며, 많은 전문가들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 및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고 밝혔다. 또 "이번 법안은 정부가 청소년 보호라는 중요한 목표를 이루고자 했지만, 업계의 피드백과 실질적 기술적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히 추진된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먼저 기술적으로 16세 미만 사용자를 구분하고 차단할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플랫폼이 나이 인증을 구현할 방안으로 AI 기반 연령 추정 기술이나 생체 인증 기술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러한 기술 역시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쉽게 규제를 우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포브스는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이메일 인증이나 단순 체크박스 이상의 연령 확인 메커니즘을 구현해야 하지만, 이는 기술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SNS 플랫폼에 지나치게 많은 책임을 지운다는 논란도 나온다. 법안은 플랫폼들이 연령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요구하지만, 기술적 오류나 인증 실패에 대한 법적 책임 소지는 명확하지 않다. 포브스는 "SNS 기업들에게 책임을 부과하려면 기술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나이 인증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실제로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욕타임즈는 "법안이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보일 뿐, 실제로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호주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SNS) 사용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미성년자 온라인 보호법이 공표된 것을 시작으로 일부 주에서 유사한 법안을 채택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청소년이 부모 동의 없이 SNS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으며, 독일 역시 16시 미만은 부모의 동의 없이 SNS를 사용할 수 없다. 영국도 최근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한 '온라인 안전법'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여당이 ‘청소년 필터버블 방지법'을, 야당이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가입을 거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확산됨에 따라 기술 기업들 역시 미성년자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지난 9월 일부 국가에 청소년 계정의 채팅 내역, 사용 시간을 부모가 관리할 수 있는 '10대 계정' 기능을 도입했으며, 내년부터는 국내에도 도입된다.
틱톡은 13세 미만 사용자의 가입을 차단하기 위한 적발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18세 미만 이용자들은 '뷰티 필터'와 같은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유튜브는 지난 9월 보호자가 자신의 계정을 청소년 자녀의 계정에 연결할 수 있는 감독 기능을 출시했으며, 최근에는10대 청소년 이용자 활동 제한 정책을 도입하는 등 미성년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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