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우리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2% 아래로 다시 하락했다. 주주환원 및 보험사 인수 등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금융도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해온 기존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9월말 기준 11.96%으로 전분기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우리금융이 지난 10월 실적발표 당시 공개한 수치(12.00%)보다 0.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의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 또한 각각 14.18%, 15.63%로 같은 기간 0.18%포인트, 0.30%포인트 하락했다.
CET1 비율은 보통주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과 주주환원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12.15%를 기록한 이후 12월 말 11.99%, 올해 3월말 11.95%로 하락했으나, 6월 말 들어 12.04%로 반등했다. 하지만 9월 말 다시 11.96%로 하락하며 1개 분기만에 반등세가 꺾였다.
금융당국의 CET1 규제 비율은 7%이지만, 대출자산 및 연체율 관리 등을 위해 통상 12~13%대 이상을 유지할 것이 권고된다. 신한·하나·KB·우리·농협금융 등 5대 은행지주사 중 CET1 비율이 12%를 밑도는 곳은 우리금융뿐으로, 지방금융 3사까지 범위를 넓혀도 DGB금융지주(11.77%) 한 곳 정도가 추가된다.
단순히 CET1 비율이 낮은 것이 아니라 격차도 크다. 신한·하나·KB·농협금융의 CET1 비율은 각각 13.13%, 13.17%, 13.85%, 13.11%로 모두 12%가 아니라 13%를 상회한다. 이 가운데 CET1 비율이 가장 높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격차는 1.89%포인트에 달한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이 낮은 이유로는 과도한 은행 의존도가 꼽힌다. 다른 금융그룹 대비 비은행 부문이 취약한 우리금융은 올해 들어서야 증권업에 재진출한 상태로 보험계열사도 아직 인수 절차(동양·ABL생명)를 추진 중인 상태다. 이 때문에 비은행 비중이 30~40% 수준인 신한·KB 등 다른 은행지주사와 달리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 비중이 90%를 상회한다.
CET1 비율을 높이려면 수익창출력을 강화해 분자인 보통주자본을 늘리는 한편, 대출자산을 관리해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한다. 대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이 핵심 수익원인 은행의 비중이 클수록 CET1 비율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이 연초 ‘연간 순이익 1위’를 목표로 제시한 이후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수익성 제고에 힘써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CET1 비율 하락으로 경쟁그룹과 격차가 커지면서 돌연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기업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최근 핵심평가지표(KPI) 산출 기준을 10월 말로 앞당겨 직원들이 연말 대출영업에 나설 동기를 줄이는 한편, 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한 경우 KPI 평가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한편,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이 다시 12% 이하로 하락하면서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7월 밸류업 공시를 내고 연말까지 CET1 비율을 12.2%, 내년까지 12.5%로 끌어올린 뒤 중장기적으로 CET1 비율 13%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히려 CET1 비율이 하락하면서 밸류업 계획에서 제시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한 보험 부문 강화를 추진 중이다. CET1 비율을 제고하려면 비은행 부문의 수익창출력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보험사 인수는 필수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에 따른 CET1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한편,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다른 지주사의 CET1 비율이 워낙 높은 것 뿐, 당사도 규제 비율 이상으로 문제가 있는 수준이 아니고 여유도 있다”며 “연말까지 CET1 비율을 12%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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