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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신이 진단한 尹 비상계엄 선포 이유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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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하면서 국제사회의 눈길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해외 언론은 정치적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면서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매우 희망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하지만 약 2시간 뒤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됐고, 윤 대통령인 계엄 선포 6시간만인 4일 오전 4시 27분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조금 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면서도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매체들도 지난 밤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발생한 소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신들은 대체로 윤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압박을 계엄 선포의 동기로 추측하면서도,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인해 윤 대통령이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BC는 “한국 대통령이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충격을 줬다”며 “윤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의 이유로 ‘반국가세력’과 북한의 위협을 언급했지만, 곧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문제 때문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라고 말했다.

 

BBC는 이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주식 조작 스캔들 등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17%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야당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검사 및 감사원장 등을 탄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국의 상황을 전했다. 

 

BBC는 “윤 대통령의 경솔한 행동은 독재와는 거리가 먼, 번영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로 여겨지는 이 나라를 확실하게 놀래켰다”라며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민주주의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며, 미국에서 지난 1월 6일 발생한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같은 사태보다도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한국의 명성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매체들은 이번 사태가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 년 동안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의 동맹국 중 하나였다”라며 “약 3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와 경쟁하는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등불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야당이 자신을 약화시키기 위해 북한과 공모했다고 비난한 뒤 계엄령을 내린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며 “‘민주주의 대 독재’를 외교 정책의 뼈대로 삼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북한·러시아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한국과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고 보수적 지도자인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이어 “워싱턴에서는 미국이 바이든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로의 전환기를 겪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에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 시기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라며 “이번 사태는 미국 내 반민주 세력의 부상으로 인해 민주주의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 대통령에게 특히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가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인해 별다른 피해 없이 빠르게 마무리된 것을 두고 한국 민주주의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맨스필드 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미국 공영방송 PBS의 ‘뉴스아워’ 출연해 “이번 사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적 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직면해서도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누지 대표는 이어 “거리 시위와 심각한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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