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부결 후폭풍으로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하는 걸 넘어서, 최악의 경우 1500원대 환율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6.8원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가 기준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 22분 기준 전일 대비 0.82% 상승한 1435.75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한 주간 달러 당 원화 값은 24.5원 급락(환율은 상승)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외환 수급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전문가들이 보는 원화 전망은 암울하다.
우선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2·4분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을 1500원 타겟으로 달러/원 롱포지션(달러 매수)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정치적인 특수 상황 외에도 각종 대외여건 악화가 원화값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적정성 비율이 IMF 기준 평균 93%로 낮고, 고정환율 모델 기준으로는 73%까지 하락해 원화 약세 억제에 필요한 여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한국은행이 외환 시장에서 94억 달러를 순매도한 점도 지적됐다.
또 한국의 거시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된 점 역시 주요 문제로 꼽히며,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 둔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노무라는 내년 2분기에 달러·위안화 환율이 7.60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원화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다르쉬 신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도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9일 오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신하 공동책임자는 “정치적인 요인도 있지만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 약화가 더 큰 문제”라면서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 내에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의 유력 경제 매체 포브스는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을 ‘GDP킬러’로 지칭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할하여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몸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입증했다”고 지목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헌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며 제도상의 견제와 균형이 유지된다면 정치적 이슈로 인한 환율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금번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 고조는 불가피할 것이며, 이로 인한 가계의 소비심리 약화, 기업 투자 유보 등은 국내 경기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며 원화 약세에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취약한 국내 경기 펀더멘털,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 갈등 심화 등을 감안할 때 미 달러의 추세적 약세 전환 전까지 달러-원 환율은 1400원대에서 쉽사리 내려오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종전에 12월 달러원환율 하락이 가능한 변수로 △FOMC에서 연준이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여줄 경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로 부양 기대감이 유입되어 위안화 강세에 연동될 경우를 예상한 바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이 변수들이 모두 나타나더라도, 대내적인 불안 때문에 달러원환율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훼손된 가운데, 중국 부양기대감이 재차 형성될 경우 국내자금 이탈 및 중국자산으로 유입되지는 않을지 또한 경계가 필요하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 환율은 높은 레벨에서 변동성이 큰 모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고환율로 가장 치명타를 입을 산업은 어디일까. 금투업계 관계자는 “가장 치명타를 입을 산업은 수입 의존도가 높고 가격 전가 능력이 낮은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 항공, 여행 업계가 가장 민감하며, 중소기업과 내수 중심 기업들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출 중심의 대기업이 단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으나,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둔화와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탄핵부결이후 아마 (외화는)오늘부터 급속하게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 전체의 문제라서 1450원선이 무너지면 심각한 상황에 갈 수 있다. 탄핵이라는 불확실성이 해결되기 전에는 (환율의 안정이)어렵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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