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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상계엄 사태, 한국 경제가 치를 비용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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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일이 지났다.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탄핵소추안 부결로 인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치솟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계엄 선포 직전인 3일 2046조원에서 6일 1988조원으로 사흘 만에 58조원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344조원에서 330조원으로 시총이 14조원이나 줄어들었다. 

 

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 행렬도 계속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계엄 다음날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사흘간 외국인이 내다 판 국내 주식만 1조102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 기간 은행주의 매도 규모가 컸다. KB금융 순매도금액이 332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지주(1014억원, 3위), 하나금융(3217억원, 8위) 등도 순매도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계엄 사태로 윤석열 정부가 국정 동력을 상실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밸류업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보인 셈이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화 유출도 문제다. 비상계엄 선포 전 1402원이던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 선포 후 1440원선을 돌파했다가 계엄 해제 후 1410원대로 다시 안정화됐다. 하지만 이후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9일 현재 1430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153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규모가 지난 2022년 말 4631억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2년 만에 약 400억 달러가 감소한 셈이다. 현재의 환율 급등세가 계속될 경우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화 유출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도 커지는 모양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품의 국제 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수출 여건이 좋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원자재 수입 물가도 높아지는 만큼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공격적인 해외 투자로 달러 빚이 많은 기업은 환율 급등으로 인해 손실 위험이 크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북미 중심으로 배터리 공장 시설을 확대 중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도 환율 급등으로 인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우려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며 시장의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 진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너무 과도한 우려”라며 “최근 비상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히 해제됐기에 시장에 미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비상 계엄 및 해제로 인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구조 개혁이 지연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국내 정치적 위기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 및 국내외 기관의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인 편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한국 경제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9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계엄 사태가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6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라며 “반면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이어 “과거 탄핵 국면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점은 이번 상황에 대한 적절한 비교기준이 되지 않는다”라며 “내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수출의존국들이 외부적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또한 “(계엄 사태에도 수출 약세와 소비 회복 지연에 대한 기본 전망은 변함이 없다”며 “불확실한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탄핵 가능성과 대통령 교체가 경제 전망에 대한 가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수·투자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는 6일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은 부담요인이며, 대외신인도 하락과 관련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기평은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대응과 전반적인 외환보유 규모, 은행부문의 우수한 자본적정성과 유동성을 감안할 때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단기적인 시장 충격은 감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내수경기 침체가 전망되고,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경제성장에 하방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 전반에 또 하나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조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국민과 기업인 여러분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부결로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치러야 할 경제적 비용이 얼마나 더 불어날지 우려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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