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이 내정됐다. 금융권의 ‘인적 쇄신’ 바람이 농협금융에도 불어닥친 만큼, 은행에서 시작된 변화가 지주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곧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생명보험·캐피탈·벤처투자 등을 비롯해 최근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힌 손해보험·저축은행 등 6개 완전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추천했다.
특히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됐던 농협은행장 후보로는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이 추천됐다. 강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지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임추위는 강 내정자의 추천 이유로 디지털 금융 역량을 꼽았다. 실제 강 내정자는 과거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절 농협금융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지주 회장과 함께 뱅킹 앱을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이끈 경험이 있다.
임추위는 “농협은행이 내년에 디지털 혁신 주도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강 내정자가 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적극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농협은행을 이끌게 된 강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내부통제 강화가 꼽힌다. 농협은행에서는 올해 들어서면 횡령·배임 등 10억원 이상의 대형 금융사고가 6차례나 발생했으며, 피해 규모만 430억원에 달한다. 임추위의 이번 행장 교체 결정에 ‘2년 단임제’라는 관행뿐만 아니라 올해 발생한 다수의 금융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개선 도한 강 내정자가 고민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6561억원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었다. 이는 1위 신한은행(3조1028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5대 은행 중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원대인 곳은 농협은행뿐이다.
농민을 위해 설립된 은행인 만큼 순이익만으로 경영성과를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정작 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다른 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지난 10월 기준 1.20%p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다른 은행보다 높은 이자마진을 가져가면서도 순이익은 뒤처진 만큼 새 행장 취임 후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경영전략 수립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 내정자가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되면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장악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 회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합천율곡농협 조합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데, 새 행장 후보로 추천된 강 내정자 또한 경남 진주 출신으로 강 회장과 동향 출신이다.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이성희 전 중앙회장 재임 시절 발탁된 이석용 행장의 뒤를 강 내정자가 잇게 되면서 강 회장의 농협금융에 대한 영향력도 한층 커지게 된 셈이다.
실제 농협금융은 최근 서국동 NH농협손해보험 대표, 오세윤 NH저축은행 대표 등 아직 임기가 1년 남아있는 자회사 CEO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임추위에서도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만 연임에 성공했을 뿐, 농협은행뿐만 아니라 생·손보, 캐피탈, 저축은행 등 다른 4개 자회사 대표는 모두 교체됐다.
이 때문에 업계의 관심은 이제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로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출신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경제·금융정책을 다듬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최근 계엄·탄핵 사태로 윤석열 정부가 국정 동력을 상실한 만큼, 이 회장의 입지도 좁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올해 NH투자증권 대표 인사 등으로 강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만큼 연임보다는 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는 관 출신보다는 강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내부인사가 추천될 거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번 주 중 차기 지주 회장 후보 추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인적 쇄신 바람에 합류하게 된 농협금융의 지휘봉을 누가 잡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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