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KB국민은행과 빗썸이 손을 맞잡았다. 업계 1위를 다투는 국민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1위 탈환을 노리는 빗썸의 제휴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1거래소-1은행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빗썸은 지난 13일 원화 입출금계정 은행이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최근 빗썸이 제출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제휴은행 변경 신고’를 수리 완료한 데 따른 것이다.
제휴은행 전환은 오는 3월 24일부터 시작된다. 빗썸 이용자는 3월 23일까지 기존 농협은행 계좌를 통해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24일부터는 예치금 입출금 시 국민은행 계좌를 이용해야 한다. 빗썸은 이달 20일부터 오전 9시부터 3월 24일 0시까지 국민은행 계좌 사전등록을 진행할 계획이다.
빗썸이 지난 2018년부터 7년간 지속된 농협은행과의 동행을 끝내고 국민은행으로 제휴은행을 변경한 것은 신규 고객 유입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50대 이상이 일반고객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장년층을 주고객으로 하는 만큼, 가상자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20~30대와는 거리가 있다.
반면 국민은행의 경우 알뜰폰, 나라사랑카드 등으로 농협은행에 비해 20~30대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국민은행의 뱅킹 앱인 KB스타뱅킹은 토스·카카오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하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빗썸은 업비트에 밀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만년 2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거래량 기준 빗썸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점유율은 25.5%로 업비트(72.1%)의 3분의 1 수준이다.
빗썸은 지난해부터 거래수수료 무료 정책 등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점유율 격차를 좁히려 노력했지만 좀처럼 업비트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젊은 가상자산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업비트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민은행 또한 빗썸과의 제휴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에 익숙한 2030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가상자산 투자자 유입에 따른 막대한 예치금도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에 나서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인 중 하나다. 실제 업비트와 제휴 중인 케이뱅크의 경우 수신잔액이 2020년 말 3조75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2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법인 계좌 허용을 검토 중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8일 발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법인의 계좌 발급이 허용될 경우 국민은행은 빗썸과의 제휴를 통해 기업금융 확대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휴은행 ‘변경’이 아닌 ‘추가’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의 제휴 관계는 통상 하나의 거래소가 하나의 은행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강제하거나 관련된 명시적 규제나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가 복수의 은행과 거래할 경우 자금세탁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1거래소-1은행 체제가 요구되고 있다.
만약 거래소가 여러 은행과 제휴할 수 있다면 기존 이용자들이 새로 계좌를 발급해 등록하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겪지 않아도 된다. 또한 여러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도 쉽다. 제휴은행의 전산장애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실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해 업비트가 제휴은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현재 업비트의 유일한 제휴처인 케이뱅크는 전산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은행”이라며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입출금 지연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어 “전산망이 안정된 5대 은행과 제휴를 통해, 한 곳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다른 창구를 통해 편하고 빠르게 입출금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소비자 불편과 금전적 손해를 야기하는 단독 제휴처를 고집한다면 소비자들은 고민 없이 이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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