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탄핵정국에 표류하는 연금개혁... 소득대체율 이견 왜 못 좁히나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13.
728x90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나섰다. 탄핵정국으로 국회의 연금개혁 논의가 중단된 데다, 소득대체율 등 쟁점 사안에 대한 이견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재논의를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연금개혁 추진 방안 등이 포함된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9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법률안 개정에 나서야 할 국회가 논의를 중단하면서 연금개혁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복지부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 수지적자가 발생하여 2056년에는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며 “연금개혁은 법률로 완성되는 만큼,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꺼져있는 연금개혁의 불씨를 다시 살리겠다고 나섰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무엇보다 국회가 법률 개정 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 이후 정부가 국정동력을 사실상 상실한데다, 사태 수습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야도 민생 현안에 대한 논의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는 위기감에 여야 논의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지만,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국회 연금특위 구성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위 중심으로 연금개혁 논의가 계속될 경우 주도권을 뺏길 위험을 의식한 제안으로 해석된다.

반면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에 복지위가 주관하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입법 공청회 개최를 제안했다. 여야 양측이 연금개혁 논의의 주도권을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복지부가 나서더라도 연금개혁을 연내 마무리하기는 어렵다.

연금개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소득대체율에 대한 이견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당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오는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인하되도록 설계됐으나, 지난해 발표된 연금개혁안에는 당시 소득대체율인 42%를 더 이상 낮추지 않고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는 연금개혁인데 보험료율과 함께 소득대체율까지 상향한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연금개혁 불씨 되살리기’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을 상향한 것은 “정부의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적 타협”이라며 “소득대체율을 소폭이라도 인상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인 장기 재정 불안정성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과거 소득대체율이 70%(1988년), 60%(1999년), 50%(2008년)로 낮아진 이후 2028년까지 40%로 조정되도록 모수개혁이 일어났다. 이를 다시 42%로 인상하는 것은 이때까지의 개혁 추세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과거 개혁 때에 비해 인구구조 및 성장률 등 모두 환경변수가 악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때까지의 개혁 방향과 정반대로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은 ‘더 내고 더 받자’는 공론화위원회의 일부 시민대표단 및 ‘소득보장론자’의 주장에 타협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현세대의 이익을 위해 국민연금의 중장기 재정 안정성을 훼손하여 후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연금개혁안에 제시된 소득대체율 42%로는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연금개혁안이 발표된 지난해 9월 4일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OECD 국제비교 AW소득 기준으로는 39%로 평균 수준인 42.3%에 미치지 못한다”며 “(정부안은) 노인빈곤예방이라는 국민연금의 정책목표 달성에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계산할 때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인 ‘A값’을 기준으로 하지만, OECD의 경우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인 ‘AW값’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해왔으나, AW값을 기준으로 할 경우 OECD 평균보다 낮아지게 된다.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참여연대에 기고한 글에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30년 정도로 연장한다는 가정 하에 노후최소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소득대체율을 추정해보면 그 값이 50%가 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노인빈곤 및 그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 감소 ▲고령 인구의 소득 증가를 통한 내수 유지 ▲내수 유지에 따른 청장년층 일자리 증가 등을 소득대체율 인상이 긍정적 효과로 꼽으며, “소득대체율도 올리고 가입기간도 늘리는 방안이 노후소득보장기능을 명실상부한 것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정부안을 토대로 올해 상반기 내 연금개혁을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개혁안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과 여야 간 입장 차이를 좁히고 멈춰버린 연금개혁의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