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전환을 추진 중인 교보증권이 새해 들어 대형사 진입을 위한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종투사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인 만큼, 자본확충 속도에 따라 종투사 전환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보증권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성장계획을 점검했다. 임원 및 부·점장 등 120여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변화·혁신 추진 및 사업구조 개선 ▲디지털 혁신 가속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고도화 ▲계열사와 시너지 강화 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1949년 대한증권으로 출발해 1994년 교보생명에 인수되며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교보증권은 국내 1호 증권사로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자본시장에 뿌리를 내려왔지만, 자본 규모가 크지 않아 대형사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실제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조9997억원으로 3~9조원 수준인 10대 증권사와는 아직 격차가 크다.
문제는 최근 들어 증권사의 자본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9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하나·신한투자·메리츠·키움)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5%(2023년 한국투자증권 배당금 수익 제외 시) 증가한 반면, 자기자본이 1~4조원 규모인 증권사 9곳(대신·교보·한화·유안타·신영·현대차·iM·BNK·IBK)은 같은 기간 29.8%나 줄어들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증시 회복으로 수수료수익 등이 증가하며 실적이 호전된 반면, 부동산 금융에 의존해 성장해온 중형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실적 방어에 실패한 것. 이는 교보증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대형 증권사와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은 중형 증권사 간의 수익 창출력 차이가 실적 양극화로 나타난 셈이다.
교보증권이 종투사로 전환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사는 자본 규모가 늘어날수록 다룰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수익 창출력도 강화된다. 특히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 금융당국으로부터 종투사 인가를 받으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교보증권의 종투사 전환은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 업황 악화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교보생명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만큼, 교보증권의 대형사 도약이 필요하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 생명보험 업황 악화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교보생명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는 만큼, 자회사 중 가장 덩치가 큰 교보증권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보증권은 이미 지난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약 2조원 수준인 현재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늘려 2029년 종투사 인가를 획득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간 평균 2500억원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교보증권은 지난해 말 자산관리부문을 신설하는 한편 부동산 관련 본부는 통합하는 등의 조직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종투사 제도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는 점은 종투사 전환을 앞둔 교보증권에게 긍정적인 소식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3월까지 종투사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에게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종투사 제도가 원래 목적과 달리 부동산 금융에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종투사 인가 요건 등과 관련된 개선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정책목표로 제시한 만큼 종투사 추가 인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신증권이 지난해 말 국내 증권사 중 10번째로 종투사 인가를 획득한 만큼, 교보증권의 자본확충 속도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 11호 종투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중형 증권사의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흐름에서 교보증권사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교보증권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중은 14.4%, 고정이하자산비율은 8.2%로 높아졌다. 2023년 말 이후 고정이하 충당금 커버리지도 100% 미만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는 만큼, 건전성 관리와 자본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셈이다.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와 관련된 제재 리스크도 문제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임시 회의를 열고 랩·신탁 불건전 운용 관련 징계수위를 논의한 끝에 금감원이 9개 증권사(KB·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하나·교보·유진투자·유안타·SK)부과한 ‘일부 영업정지’ 징계를 ‘기관경고’로 대폭 감경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가운데 교보증권은 다른 증권사와 달리 랩·신탁 돌려막기에 펀드까지 동원한 점이 적발돼 일부 영업정지 제재가 그대로 유지됐다. 금융위는 오는 20일 안건심사소위원회(안건소위)를 열고 증선위의 제재 수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는 지난 13일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는 다양한 변수가 내재된 대내외 경제환경으로 그 어느때보다 피벗(pivot) 즉 전환이 중요하다”며 “변화와 혁신 가속화를 통해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대형사 진입을 위한 지속가능 성장을 펼치자”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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