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보험사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백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발생한 LA 산불은 9일째 진화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LA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규모가 큰 ‘팰리세이즈 산불’과 ‘이튼 산불’의 진압률은 15일 기준 각각 19%, 45% 수준이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5명, 실종 신고는 30건으로 대피령을 받은 주민만 8만2400명에 달한다. 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에 따르면 피해 면적은 화재 발생 후 닷새 만에 102.4㎢까지 커졌는데, 이는 서울 여의도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화재 장기화로 피해가 커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의 피해도 예상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 손해보험사를 비롯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화재 발생 지역에 진출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택보험, 상업용 트럭 자동차보험, 상가재물보험 등을 판매해,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특히 DB손해보험의 경우 팰리세이즈 지역 3건, 이튼 지역 34건의 계약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상대적으로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산불이 완전히 진압되지 않아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산불로 인한 DB손보의 손실 규모를 수백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은 DB손보의 손실 규모를 약 1000억원대 초반으로 예상했으며, NH투자증권은 최대 1000억원, 신한투자증권은 600억원, SK증권은 500~6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DB손해보험은 이미 지난 2023년 하와이 산불로 약 18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괌·하와이 등 해외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해 손실이 커지면서 DB손보의 연간 순이익(별도 기준)도 1조5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 감소했다. 이 때문에 DB손보는 메리츠화재(1조5670억원)에 근소한 차로 2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DB손보는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조5780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메리츠화재(1조4928억원, 15.2%)를 제치고 2위 자리를 되찾은 상태다. 만약 LA 산불로 인한 손실이 예상 밖으로 확대될 경우 올해 순위 경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DB손보 주가 또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DB손보 주가는 지난 6일 10만3700원에서 14일 9만1700원으로 6거래일만에 1만2000원(△11.6%)이나 하락했다. 15일 다시 9만5000원으로 오르며 화재로 인한 하락분을 만회했지만, 산불 이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하려면 추가 상승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산불로 인한 손실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과손해액재보험(XOL) 한도 4천만 달러와 복원보험료를 감안해도 회사 측의 총 손실은 1천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연간 2조원을 상회하는 세전이익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라며 “추후 밸류업 계획을 통해 DPS, 배당성향 우상향 정책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이슈가 배당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과거 하와이 산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하와이 산불 사태와 비교되고 있으나, 당시와 상황은 다르다”며 “하와이 산불 직전에 발생했던 괌 태풍사고 때 복원했던 XOL 레이어가 깨지면서 보장한도를 초과해 추가 보험 커버리지를 구매하기 위한 복원보험료가 대규모로 발생했기 때문에 전체 손실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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