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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고령화사회, 수혈은 늘고 헌혈은 줄고... 바람직한 정책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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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적혈구제제 보유현황 및 추이, 출처-적십자사]

[이코리아] 겨울철 한파에 최근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까지 유행하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설 연휴 기간 혈액 부족 상황이 주의 단계까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혈액 보유량은 5.7일분으로 적정 수준인 5일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름 전 혈액 보유량이 9.5일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AB형과 A형은 이미 적정량을 밑돌고 있다.

헌혈은 헌혈자의 건강 상태가 중요한데, 독감 환자가 늘면서 헌혈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독감에 걸린 경우엔 완치하고 한 달이 지나야 헌혈할 수 있다. 현재 혈액원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독감 확진을 받지 않더라도 유사 증상을 보이면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 독감 백신을 맞아도 헌혈할 수 없다. 접종 후 24시간이 지나야 헌혈할 수 있다.

코로나에 걸린 경우엔 확진일과 격리(권고)일로부터 10일 후에 참여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경우, 접종일로부터 7일 후 헌혈이 가능하다. 혹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사라진 날로부터 7일 후까지 헌혈에 참여할 수 없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나라의 수혈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헌혈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사업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국민의 헌혈률은 5.41%에 불과하다. 게다가 10대까지 포함한 20대 이하의 헌혈 비율은 무려 65%를 차지할 정도로 저연령층의 헌혈 비중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혈액 수급이 안 되는 이유가 숨어있다. 지난 2019년 교육부는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2024학년도 대입부터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활동을 대입 생활기록부에 반영할 수 없도록 했다. 기존 헌혈 한 번으로 봉사활동 4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었는데 반영이 되지 않자 학생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이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해 그동안 혈액 공급을 책임져 주던 10~20대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헌혈에 대한 다양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특정 나이대에 편중된 헌혈을 다양한 연령층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나이별 헌혈 비율이 차이나는 것에 대해 문화상품권과 같은 반대 급부를 이유로 헌혈을 선택한 10~20대 청년들이 경제적 여유가 늘어나는 30대 이후에는 헌혈에 무관심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적십자사는 정기적인 헌혈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ABO Friends’는 최근 1년 이내 마지막 헌혈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인 만 16세 이상 헌혈경험자가 가입할 수 있는 멤버십이다. ABO Friends가 되면 연 1회 특별 혈액검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며 특별한 문화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정기적인 헌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헌혈이벤트, 출처-대한적십자사]

ABO Friends를 대상으로 특별한 이벤트도 확인할 수 있다. 1월엔 총 헌혈 횟수가 30회 이상인 회원 중 2명을 추첨하여 라섹 수술을 무료로 해주는 ‘1월 라섹 수술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에 따라 채혈 금지 제한을 둔 「혈액관리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09년 혈액관리법이 개정되면서 현행 「혈액관리법」은 ‘64세 이하’에서 ‘69세 이하’로 한 차례 조정된 후 지금까지 16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에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의사 승인을 받은 70세 이상도 헌혈을 허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혈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일률적으로 나이에 따라 헌혈을 제한하는 것은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의사의 승인을 받아 헌혈을 자유롭게 하거나, 헌혈 가능 나이 상한을 두지 않는 나라도 있다. 홍콩은 66세 이상의 경우 최근 2년 이내 헌혈 경력이 있으면서 혈액원 의사 승인을 받으면 75세까지 헌혈할 수 있고, 싱가포르도 66세 이상의 경우 최근 3년 이내 헌혈 경력이 있으면서 의사 승인을 받으면 연령 제한 없이 헌혈할 수 있다. 캐나다는 헌혈 가능 연령 상한 기준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 사이에선 환자혈액관리(PBM)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PBM은 사전에 빈혈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수술 시 혈액 손실과 수혈 최소화 등을 목적으로 한 다학제적 접근법이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은 “그동안 혈액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면, 제대로 사용하고 관리할 줄 아는 중대한 시점에 있다”라며 적정한 사용을 정책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한국형 PBM의 성공을 위해선 “▲혈액·혈액관리 수가 개선 ▲수혈대체 치료제, 치료 재로 보험 기준 완화 ▲혈액관리 행정 체계 독립, 안전 감시 체계 마련 ▲의료기관 내 PBM 도입을 위한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월 ‘보건복지부 R&D’ 현황에서 2025년까지 혈액부족 사태를 대비하고 환자 중심의 안전한 환자혈액관리(PBM) 정착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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