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우리금융
[이코리아] 금융감독원의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검사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인수가 무산될 위험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 노력에 제동을 걸지는 않을 거란 낙관론도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자회사 편입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과 동양생명 지분 75.34%(1조2840억원)와 ABL생명 지분 100%(2654억원) 등 총 1조5493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를 거쳐 지난해 말까지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검사가 시작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까지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일정을 두 차례나 미뤘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현 경제상황과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이달 들어 다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1월 중 발표 예정이었던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검사 결과는 국회의 내란 국정조사, 정부 업무보고 일정,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발표 시점이 2월 초로 조정됐다”고 알렸다.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발표 일정이 예상 밖으로 지연되면서 우리금융도 보험사 인수 절차를 더는 미루기 어렵게 됐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중 가장 비은행 부문 경쟁력이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2023년까지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자회사를 보유하지 못한 곳이었다.
현재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0%가 넘는 수준이다. 실제 우리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5244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2조6591억원)의 95%를 차지한다. 은행 비중이 20~40% 수준인 다른 금융그룹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꾸준하게 M&A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추진해왔다. 결국 지난해 8월 한국포스증권 인수 후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는 한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 딜을 성사시키며 비은행 강화 노력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문제는 부당대출 사건의 여파로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점이다. 만약 이번 정기검사 결과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게 될 경우 동양·ABL생명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사를 자회사려 편입하려면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부당대출 사건으로 내부통제 부실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3분기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96%으로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12%를 밑돌고 있다. 보험사 인수 시 CET1 비율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건전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경영실태평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더라도 보험사 인수에는 영향이 없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부당대출에 따른 제재와 보험사 인수 절차를 분리해서 판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
실제 우리금융은 지난 2004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당시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이 3등급이었지만 자회사 편입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2003년 카드대란 위기로 부실화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 LG투자증권의 경영정상화를 우선시한 금융당국의 판단 덕분이다.
또한 KB금융도 지난 2014년 경영진 내분 사태 및 개인정보유출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의 기관경고 제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자회사 편입 승인시 보험업법 상 대주주 기준을 갖춘 것으로 간주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 상 특례 조항을 적용해 제재 이력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해줬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정기검사 결과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더라도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는 승인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우리금융이 부당대출 사건에 따른 제재리스크를 극복하고 수년간 추진해온 비은행 강화 노력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들어 가산금리 인하 나서는 시중은행, 대출 부담 줄어들까? (0) | 2025.01.27 |
---|---|
선박 AI ‘자율운항‘ 개발 봇물… 국내 상황은? (0) | 2025.01.27 |
현대차, 역대급 매출에도 아쉬운 이유 (1) | 2025.01.24 |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돌입, 함영주 연임 전망은? (0) | 2025.01.23 |
[트럼프 2.0]멕시코·캐나다에 관세 압박… 현지 진출 국내기업 비상 (2) | 2025.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