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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선박 AI ‘자율운항‘ 개발 봇물… 국내 상황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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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해운의 31만8000톤급 초대형 유조선 씨브레이브(C.BRAVE)호가 ‘오션와이즈’를 장착하고 최적 항로 운항 실증에 나선 모습.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이코리아]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운항선박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선박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여 해운 산업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운항선박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544억 달러(약 77조원)로 평가되었으며, 2030년에는 2541억 달러(약 36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운항선박 기술은 탄소배출 저감 및 운항 효율성은 높이면서 인적 과실로 인한 해상사고 감소 등의 목적을 위해 국내외 업계가 관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수준,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가 가능한 수준, △3단계는 선원이 탑승하지 않은 채 원격으로 제어하는 수준, △4단계는 완전한 자율운항이 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IMO는 내년 자율운항 선박 관련 법규를 마련해 2032년 발효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각국의 기술 표준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ABB, 카이메라 시스템즈(Kongsberg Gruppen) 등 주요 기업들이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노르웨이 등 유럽 조선기자재업체들의 경우 소형 연안선의 원격제어 무인화에 초점을 맞춰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 야라(YARA)사는 2021년 소형 컨테이너선에 최소인원을 탑승하여 레벨3 수준의 실증에 성공했으며, 일본은 2022년 무인탑승으로 출항, 운항, 입항 등의 실증 작업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첨단 센서, AI, 자동화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자율운항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자율운항선박 기술 관련해 한국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동으로 지난 2020년 6월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을 구성했으며, 2025년까지 약 1600억 원을 투입해 지능형 항해 시스템, 기관 자동화 시스템 등의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산업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 개발한 한국형 자율운항 선박 시스템도 1800TEU급 컨테이너선에 탑재돼 지난해 9월부터 실증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한국형 자율운항 선박의 기술개발과 안전 운항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 제정된 '자율운항 선박법'을 시행한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직원법, 선박안전법, 국제선박항만보안법 등 기존 법령의 제약으로 인해 자율운항 2단계 기술까지만 상용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 시행으로 조선업체들이 자율운항 3단계 기술 실증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조선업계는 HD현대그룹이 자율운항선박 기술 경쟁에 가장 적극적이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계열사인 아비커스는 2020년 출범 이후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22년에는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대양 횡단에 성공했으며, 재 20척에 적용돼 운항 중이다. 또 국내 해운사인 에이치라인해운이 대규모 선단 30척에 이를 도입하기로 해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시스템 ‘뉴보트 도크’를 출시하며 시장 확장을 본격화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세계 최초로 AI 기관사를 탑재한 선박을 인도했다. 2023년 8월 H-LINE해운의 18만톤(t)급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벌크선에 AI기반 기관자동화솔루션인 통합상태진단솔루션(HiCBM)과 통합안전관제솔루션(HiCAMS)을 탑재 후 인도했다. 이 솔루션은 선박 주요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돌발 상황을 자동 감지하는 AI 시스템으로, 기관사·갑판원의 역할을 보조하며 안전한 운항을 지원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활용한 자율운항 실증을 시작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4일 AI 기반 최적 항로 솔루션 ‘오션와이즈(OceanWise)’를 국내 해운사 선박에 최초 적용했다고 밝혔다. SK해운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계약을 통해 오션와이즈가 선박 운영에 도입되며, 이 솔루션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 항로를 제공, 연료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다.

오션와이즈는 실증 시험에서 평균 5.3%의 연료 절감 효과를 확인했으며, 이는 연간 1만 톤의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한 척당 약 3억5000만 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쌍둥이 선박’ 검증 방식을 도입해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실증을 통해 오션와이즈에 대한 화주 및 선사의 신뢰를 확보한 것이 이번 공급 계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오션와이즈가 미래 선박 시장에서 탈탄소 솔루션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자율운항 실증선박 ‘SHIFT-Auto’(쉬프트-오토)의 출항식을 개최했다.

SHIFT-Auto호는 전장 12m 규모로, 설계 단계부터 자동 접·이안, 음성 제어, IoT 시스템 등 자율운항 핵심 기술이 적용됐다. SHIFT-Auto호는 타선과의 충돌 회피, 최적 항로 운항,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한 원격제어 방식 등을 실증하며, 향후 육상에서 부여하는 임무를 선원 개입 없이 자율운항하는 3단계 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다.

한화오션도 올해부터 실증선박 운항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2021년 12월 자율운항시험선 한비(HAN-V)를 개발했다. 이어 2022년 11월 16일부터 17일까지 양일간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해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오는 2030년까지 선원 없이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레벨4'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시흥 R&D(연구개발)캠퍼스에서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구축하기 위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통합연결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빌딩 공간과 차량을 넘어서 해상으로까지 확장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삼성중공업에서 개발 중인 자율 항해 선박(Shift-Auto)에 스마트싱스 기술을 탑재함을 알렸다.

스마트싱스의 선박 출항 모드를 통해 출항에 필요한 기기들을 점검할 수 있으며, 선박케어 모드를 통해 선박이 정상적으로 운항되고 있는지 주변에 위험물은 없는지 등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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