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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새해 들어 가산금리 인하 나서는 시중은행, 대출 부담 줄어들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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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가산금리(신규취급액 기준) 및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자료=은행연합회

[이코리아]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대출금리를 인상했던 시중은행들이 새해 들어 줄줄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뒤늦게 반영했지만, 예·적금 금리에 비해 인하 폭이 크지 않아 ‘이자 장사’ 비판 여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연휴가 끝나는 오는 31일부터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은 0.20%포인트 낮아지며, 전세자금 대출은 0.01~0.29%포인트, 신용대출금리는 0.23%포인트씩 인하된다.

가계대출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우리은행만이 아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3일 새해 들어 가장 먼저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하했다. SC제일은행도 이날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해 사실상 대출금리를 0.1%포인트 낮췄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7일 대면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 금리 산정 과정에서 영업점장이 재량에 따라 깎아 줄 수 있는 금리 폭을 상품별로 기존 대비 최대 0.4%포인트 높였다. KB국민은행도 27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04%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은행권이 새해 들어 줄줄이 가계대출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비판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으나,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기준금리는 인하됐지만,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인 가산금리가 오히려 인상됐기 때문.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산금리(단순 평균)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3.15%였으나, 이후 10월 3.16%, 11월 3.20%, 12월 3.23%로 꾸준히 상승했다. 그에 따라 5대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단순 평균도 같은 기간 3.99%에서 4.90%로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내려갔는데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0.91%포인트 오른 셈이다.

반면, 이 기간 수신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반영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 평균은 지난해 9월 3.39%에서 12월 3.23%로 0.17%포인트 낮아졌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수신금리에만 적용된 덕분이 예대금리차 또한 크게 확대됐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성 서민금융 제외)는 지난해 7월 0.43%포인트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벌어지기 시작해 12월 1.1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나마 신한·국민·하나은행은 12월 들어 예대금리차가 전월 대비 소폭 줄어들었으나,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확대 추세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서민 차주들이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게 되자,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가산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다”며 “새해가 시작됐고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될 시기”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또한 지난 16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가계·기업이 종전 두 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 및 가산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에도 “은행 등에서는 가산금리 조정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다”라며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에 대해 개별 은행이 살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가산금리를 산정 시 각종 보험료 및 출연금, 지급준비금 등을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가산금리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항복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서민 차주들의 불만과 금융당국 및 정치권의 압력이 커지게 되면서,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수신금리가 인하된 정도에 비해 가산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은 만큼 ‘이자장사’ 비판 여론이 재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농협은행은 자금조달 및 신용리스크 등 비용 상승을 반영한다며 지난 18일 가산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또한 지난 15일과 21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를 각각 0.5%포인트, 0.3%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23일 다시 신용대출 가산금리를 0.3%포인트 올렸다.

한편, 일각에서는 연초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로 가계대출이 다시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주요 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를 오히려 높인 것은,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에 대출규제를 요청한 금융당국의 압력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압력 덕분에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은행권 가계대출 월별 증가 폭을 비교하면 8월 +9.2조원에서 11월 +1.9조원으로 크게 감소했고, 12월에는 오히려 4000억원 줄어들며 9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오히려 금리 인하를 권고하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 폭이 상반기 중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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