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기일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자유로워졌으며, 경영 전면 복귀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삼성 미래전략실 전현직 임직원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진은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해 검찰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시점을 임의로 선택했다는 검찰의 주장, 주식매수 청구기간 중에 시세조정·부정거래를 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보고서가 조작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위공시 및 부정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고의성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심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에 나온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새로운 변수로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당시 행정법원은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사실상 인정했고, 이는 이 회장 1심 재판부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완전 무죄 판단한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검찰 역시 이를 근거로 관련 사실을 추가해 공소장까지 변경하고 2300여 건의 증거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항소심 결과를 뒤집을 만큼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가운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미등기 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 종료 후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 있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는 것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복귀가 결정될 경우, 미뤄졌던 대규모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공식적으로 삼성전자 회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미래 신사업을 위한 투자 활동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이자 기존 1위였던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흔들리면서 위기론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중국 AI 모델 딥시크의 등장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경영 환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형 M&A가 이뤄지지 않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AI, 로봇, 메디테크, 공조 시스템뿐만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 인수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AI 관련 3자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합작 등을 추진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포괄적인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복귀가 삼성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4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책임경영을 위한 등기이사 복귀 부분은 아직 시기상조일 것으로 본다. 사법리스크를 해소했다고 해서 바로 복귀하는 것도 모양새가 그렇고, 상고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애매모호하다”며 “정치적인 이슈 등 국내 변수가 많아서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역시 이번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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