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 추이. 자료=각
[이코리아] 우리금융지주의 건전성 지표가 지난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인수를 앞두고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었던 만큼, 우리금융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7일 2024년 연간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2.0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11.95%) 대비 0.13%포인트, 전년 대비 0.1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개선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계엄 사태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권 전체가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었던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실제 KB금융(13.51%, △0.33%포인트, 0.04%포인트), 신한금융(13.03%, △0.14%포인트), 하나금융(13.13%, △0.04%포인트)은 모두 지난해 4분기 들어 CET1 비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며, 전년 말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CET1은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보통주로 조달한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구한다. 지난해 말 환율 급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도 급증하면서 각 금융지주사는 CET1 관리에 곤란을 겪었지만, 우리금융은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 등의 노력을 통해 자본비율 개선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의 CET1 개선이 더욱 반가운 소식인 이유는 보험사 인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조8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23.1% 증가한 것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문제는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자회사를 갖추지 못했던 우리금융은 지난해 들어서야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고 동양·ABL생명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은행 강화에 나섰지만, 아직 비은행 부문 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다.
실제 지난해 우리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3조394억원으로 그룹 총이익의 98.5%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ABL생명 인수는 우리금융 비은행 강화를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필수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에 비해 취약한 건전성은 보험사 인수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금융당국 권고 수준(12%)을 밑돌았다. 보험사 인수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자칫 인수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홀로 개선’에 성공하면서, 보험사 인수에 대한 우리금융의 자신감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보통주 자본이 확대되고 있어 올해 말 기준 보험사 인수에 따른 자본비율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인수 후 킥스비율(지급여력비율) 등 재무건전성 개선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은 것은 금융당국의 결정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지주·은행 정기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 2334억원, 101건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규모(730억원) 는 기존에 알려진 것(35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불어났다.
만약 금감원이 이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해 우리금융에 3등급 이하를 부여할 경우, 보험사 인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급등에도 자본비율을 개선하며 건전성 관리에 성공한 우리금융이 계획대로 비은행 강화를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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