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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고용공단서 시위 혐의로 기소된 활동가 '무죄' 판결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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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판결직후 열린 기자회견, 출처-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코리아] 장애인의 장애인고용공단 방문은 공단 측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법원에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공단을 항의 방문해 벌인 시위가 ‘정당행위’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3년 9월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동료 지원자들과 비장애인 활동가들 그리고 장애인지원인력 등 20여 명이 함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부의 고객상담실을 찾았다.

이들이 공단을 방문한 이유는 2024년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2023년도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예산 23억 원이 전액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애인의 고용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공단을 통해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방법을 찾고자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활동가들은 고객상담실과 민원대기실에서 만들어간 종이 피켓 등을 들고 요구사항에 대하여 함께 외치고 공단을 방문한 목적을 알리면서 면담 을 진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단은 요구사항이나 면담 요청 등에 관한 확인 절차도 없이 바로 퇴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이 투입되어 퇴거불응에 대한 강제 연행이 진행되었고, 일부 장애인과 활동가들은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공동퇴거불응이라는 범죄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센터는 “국가는 국민이 자신이 겪는 어려움에 대하여 문제제기하고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국민의 권리가 최대로 보장되어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이번 장애인고용공단에 대한 방문은 일차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일자리를 뺏기는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조차 이야기할 방법을 만들지 못한 국가의 책임이며, 장애인의 고용을 의논해야 하는 기관을 찾았음에도 방문한 장애인의 이야기에 귀를 막고 강제로 끌어낸 장애인고용공단의 책임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황들을 전혀 참작하지 않고 위법을 판단한 검찰의 책임이다.”라고 말한다.

재판부는 활동가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발달장애인 A 씨 등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활동가들은 업무 시작 전에 공단 서울지부에 들어갔지만, 제지받았다거나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전액 삭감에 대한 시위를 벌였지만,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거나 위협도 하지 않았다. 이는 소극적인 저항행위”라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목적과 동기가 정당했고, 예산 전액 삭감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긴급성도 인정됐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동료지원가 사업은 발달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이겨나가고 자존감을 갖게 해줬고, 사업 예산을 감당하는 데 대체로 합의하고 있다. 실제로 그 시위는 주요 언론에 보도됐고, 전액 삭감 비판 기사, 국감 참고인 출석 등으로 예산 일부가 복원됐다”라면서 결론적으로 이들의 행위를 ‘정당행위’라고 인정했다.

소송 대리인단 중 한 명인 김영주 변호사는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인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돼 이를 호소하고자 공단 서울지역본부를 찾았다. 이들은 달리 국회의원이나 기획재정부에 처지나 상황을 전달할 통로가 하나도 없었고 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 전에 기자회견이나 퍼포먼스도 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정부 당국도 신경 쓰지 않았다. 면담 요구라도 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행위임을 주장해왔다”라고 했다.

이어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 정당한 요구에 대해 공적인 책무를 방기하고 내쫓으려 했던 공단에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잘 청취하라는 국가의 의무를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면서 “장애인들의 의견을 전달할 공적인 통로가 없다는 점에 국가는 반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측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현재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은 다른 부서에서 맡고 있어 더 이상 공단 측에서 진행하지 않는다”라며 “장애인의 목소리를 듣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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