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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배우 김새론 죽음에 언론 자성 목소리... “사생활 가십거리 삼아 조회 수 장사”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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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김새론씨의 빈소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배우 김새론씨의 사망 이후 언론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언론은 연예인에게 윤리적 무결성을 요구하는 무관용의 사회 분위기와 과도한 악성댓글(악플)을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고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십거리로 소비하며 조회 수 장사에 급급했던 언론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 언론, ‘악플’·‘유튜브’ 피해 확산 우려... 처벌 강화 주장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김새론’을 검색하자,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총 588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날짜별로 보면, 고인이 사망한 17일 가장 많은 275건의 기사가 보도됐고, 이후 점차 기사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김씨 사망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SNS’였다. 이는 연예계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고인에 대한 추모의 글을 소개하는 기사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인이 2010년 출연한 ‘영화 아저씨’(2010)와, 함께 출연한 배우 ‘원빈’씨의 조문 소식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악플’, ‘유튜버’ 등도 고인 관련 기사에 빈번하게 등장한 연관키워드였다. 이는 언론이 고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며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던 유튜버들과 이에 동조한 악플을 비극의 원인으로 꼽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유족에 따르면 김새론은 생전 자신을 집요하게 비난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인해 무척 괴로워했다고 한다”라며 “자숙하며 재기하려던 젊은 배우의 몸부림이 악플에 짓밟혀진 것은 참담하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때 그랬지만 이번에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악플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라며 “악플을 뿌리 뽑으려면 처벌 위주의 대책 못지않게 ‘댓글 이력제’를 전면 시행하는 등 예방책 마련도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악플 등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19일 기사에서 “ 악플러(상습적으로 악플을 다는 사람)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만 최소 11건 이상 폐기됐고, 이번 국회에서 최소 5건이 계류 중”이라며 국회가 악플 예방을 위한 입법 논의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악플과 허위 유튜브 영상의 피해자가 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쉽지 않다”며 “악플로 인해 유명인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반복되는 만큼 정치권이 관련 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고 전했다.

17~21일 보도된 배우 김새론씨 사망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집요한 사생활 보도가 악플 확대·재생산” 언론, 자성의 목소리 이어져...

고인의 사생활을 가십거리 삼아 조회 수 장사에 열올린 언론의 보도 행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겨레는 18일 사설에서 김씨가 음주운전 이후 2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3년 가까이 연예 활동을 중단했지만, “자숙 기간 내내 그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며 “일부 언론은 그가 에스엔에스에 게시물을 하나 올릴 때마다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보도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독자들의 알권리라는 명분으로 행해진 무자비한 언론 보도의 목적은 수익 추구를 위한 조회 수 높이기임을 모두가 안다”라며 “무엇이 스물다섯의 김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기사 조회 수에만 몰두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언론의 악성 보도가 고인에 대한 악플을 확대·재생산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18일 기사에서 “언론들은 악플을 기사에 그대로 인용하거나, 악플러나 유튜버가 제기한 인신공격성 의혹을 검증 없이 보도했다”며 “조회 수를 노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SNS와 커뮤니티에서 확산되면, 그 아래 또 악플이 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악플러들은 자신의 악플이나 의혹 제기를 언론이 기사화하면 성취감을 느껴 계속 악플을 다는 경우도 많다”는 김헌식 중원대 사회문화대 특임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언론이 여론의 '연예인 단죄'에 동조하는 행태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18일 성명을 내고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1차 가해자는 유튜버도 악성댓글도 아닌 바로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공익적 목적’과 무관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이 희생됐는지 언론은 진정 모르는가. ‘알 권리’로 포장된 무분별한 보도는 집단 괴롭힘에 다름 아니다”라며 “언론의 인격살인으로 인한 죽음의 행렬을 이젠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료=한국기자협회

◇ 언론, 자살예방 보도준칙 잘 준수했나?

한편, 과거와 달리 배우 김새론씨 사망과 관련해 자살예방 보도준칙에 어긋난 기사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동 작성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은 ▲자살 사건은 가급적 보도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 ▲고인의 인격과 유족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자살예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등 크게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언론은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자살’이나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보다는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자살이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논리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묘사하거나 섣부르게 자살 동기를 추정하는 보도 또한 자제해야 한다.

고인과 유족의 구체적인 신상을 밝히지 않고 유서의 내용도 함부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자살예방과 관련해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에 대한 정보를 기사에 함께 제공해야 한다.

지난해 9월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 사망 당시에는 고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유서가 발견되면서 언론이 유서의 내용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다수 내보냈다. 반면, 이번 사건의 경우 고인이 따로 유서를 남기지 않아 이와 관련된 보도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발표를 인용한 기사 외에는 없었다.

또한 ‘극단적 선택’, ‘극단적 결심’ 등 자살을 선택 사항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게 하는 용어 사용도 줄어들었다. 특히 기사 제목에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대부분의 매체게 ‘사망’, ‘숨진 채 발견’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다만 초기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본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표현을 사용한 매체도 일부 발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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