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폐교에서 도서관, 캠핑장으로 변신한 가야산 독서당 정글북. 출처-가야산독서당정글북 누리집 갈무리]
[이코리아]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의 초·중·고교 총 49곳이 올해 폐교를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되지 않는 학교는 자칫하면 방치되어 흉물로 남을 수 있다.
지방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는 지방에 특히 더 많다. 올해 폐교 예정인 지방 학교는 43곳으로 전체의 88%에 달한다. 서울에선 한 곳도 없지만, 전남은 10곳으로 최다 폐교 예정지다. 이어 충남(9곳), 전북(8곳), 강원(7곳) 순이다. 부산(2곳)과 대구(1곳)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를 폐교할 때는 학생 수가 주요 기준이 된다. 폐교 기준은 각 시·도 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다. 부산시교육청은 도시 지역 240명 이하, 읍 단위 지역 120명 이하, 면 단위 60명 이하면 폐교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전 지역 30명 이하인 경우, 폐지학교 학부모와 예비 학부모 2/3의 동의해야 한다. 전북은 가장 강력하게 학교를 보호한다. 전 지역 10명 미만인 경우, 학생·학부모·교직원·농촌지역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해 입학생이 없었던 전국 초등학교도 총 112곳(휴교·폐교 제외)이었는데, 올해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는 총 146곳으로 130%나 늘어났다. 이달 초·중순 각 시도교육청이 취합한 현황에 따르면 경북 42곳, 전남 32곳, 전북 25곳 등으로 주로 지방에서 ‘입학식 없는 초등학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늘어갈 폐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지자체의 고민이 되고 있다. 폐교의 활용은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소멸 위기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가야산독서당 정글북은 학교가 남길 바라는 지역민과 지역 경제발전이라는 지자체의 바램을 모두 충족시킨 사례로 인정받는다. 가야산독서당 정글북은 지금은 폐교가 된 숭산초등학교의 새 이름이다. 가야산독서당 정글북은 이름 선정부터 도민 공모를 통해 지역민의 관심을 끌게 했다. 합천을 대표하는 ‘가야산’에 조선시대 국가의 중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건립한 전문 독서 연구기구인 ‘독서당’을 합쳤다. 마음(情)을 나누고,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공간이자 책(BOOK)이 가득한 곳이라는 의미에서 ‘정글북’이란 이름이 더해졌다. 지금은 도서관, 학생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북스테이로 활용함으로써 경남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폐교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일본은 2010년부터 폐교를 활용해 지역을 재생하는 ‘모두의 폐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우리나라의 교육부)의 2022년 ‘폐교 시설 등 활용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폐교 전국 활용률은 80%에 이를 정도다.
폐교 활용이 잘되는 이유는 행정의 편의성도 한몫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폐교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설 활용을 원하는 희망자와 폐교를 소유한 지방 자체 단체를 연결해주고, 각 지자체는 폐교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토지 용도 변경, 리모델링이나 증축에 필요한 서류 등 소통해야 하는 행정기관 창구를 일원화했다.
지방의 폐교는 드론 조종사 양성 교습소, 스타트업 육성시설, 고령자 주택, 체험형 농업 테마파크 등으로 재활용되고, 도심에서는 사무실, 요양 시설, 대학 캠퍼스 등으로도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는 지자체의 폐교 활용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다. 우리나라의 「공유재산법」은 시도와 시도교육청 간에 취득가격으로만 재산을 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가 대비 취득가격이 너무 낮아 기관의 협의가 어려웠다. 이에 시도가 폐교를 이관받아 주민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1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이 개선되었다. 행안부는 개정안을 통해 시도와 시도교육청 각 회계 간 재산 이관 시 가격 기준을 취득가격 외에도 공시지가나 감정평가액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영국에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학교를 위한 모금을 벌이기도 한다. 정부의 지원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어려운 공립학교는 학부모들 중심으로 모금행사를 한다. 기부금(약 5파운드)을 내면 입장료와 바비큐 가격이 포함되는 형식이다. 학교를 위한 모금행사엔 학부모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도 가판을 열거나 네일 아트 등의 봉사를 하며 돕는다. 이러한 모금활동은 1년 내내 계속된다. 학교 정문 옆 의류수거함을 통해 안입는 옷 등을 수거하여 판매하거나, 모금 복권(라플 티켓)등을 판매하는 식이다.
유호경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 청년수당, 취업 창업 활동에 긍정적 효과 (0) | 2025.02.27 |
---|---|
북유럽 국가들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한국과 차이는? (0) | 2025.02.26 |
지구를 구하는 친환경 플라스틱 ...국내 상황과 걸림돌은? (1) | 2025.02.24 |
배우 김새론 죽음에 언론 자성 목소리... “사생활 가십거리 삼아 조회 수 장사” (0) | 2025.02.24 |
하늘이 사건, 의사의 책임은 어디까지? (0) | 2025.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