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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은 이창용 "추경 필요" KDI 정규철 "시기상조"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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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저성장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하지만 추경 필요성뿐만 아니라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도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국회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하면서 “15~20조원의 추경은 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 단순히 계산하면 성장률이 1.5%에서 1.7%정도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도 15~2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지난 2020년(△0.7%)과 2023년(1.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4분기 경제성장률은 한은 전망치 대비 0.5%포인트나 낮은 0.1%에 그쳤는데, 연말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변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가 추경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은 통화정책만으로는 심각한 저성장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5% 이상의 경제성장률이 필요하다면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당연히 필요하다”며 “재정정책이 없다고 해서 금리를 예상보다 더 낮추면 환율·물가·가계부채 등에 영향을 줘 지금까지 소중히 여겨온 금융안정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추경 규모는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경을 진통제에 비유하며 “추경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졌을 때 보완하는 역할이다. 진통제로 (성장률이) 뛰게 만드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재정은 올해 늘어나면, 내년엔 올해보다 더 늘어나지 않으면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로 작동한다”며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추경을 20조원 이상 규모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의 논의가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 규모나 방식과 관련해 여야 간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공개하며 여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추경안에 전 국민 대상 민생지원금 등을 포함시킨 것은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 추경 편성을 논의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한 뒤 기자들로부터 추경 관련 질문을 받고 추경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실장은 “추경은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이 발생했을 때 편성할 수 있다고 국가재정법에 법적 요건이 정해져 있다”며 “성장률이 1% 중후반이 되더라도 이것을 경기침체로 볼 수 있는지, 현재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는지 판단해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8.8%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실업률은 3.7%로 전년 동월과 같았으며 계절조정 실업률은 2.9%로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이 점차 해소되면서 고용률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떨어지고 있는 데다, 청년층 고용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추경 편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15~29세 취업자 수는 36만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만8000명 감소했으며, 고용률 또한 44.8%로 같은 기간 1.5%포인트 하락했다.

추경 편성을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도 뚜렷한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역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사례와 국회 심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8.4조원(GDP 대비 2.3%)의 추경 편성으로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규민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추경은 사업의 특성, 재원 조달방식, 예산의 연내 집행 여부 등에 따라 경제적 효과가 상이하다”며 “추경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과거 정부가 제시한 추경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최저 0.1%p, 최대 0.8%p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 또한 추경이 필요하지 않다는 KDI의 주장에 의아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 KDI 발표에서 놀란 것은 경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계속 해왔고, KDI 전망에도 금리인하는 이미 반영돼있을 텐데 추경이 필요없다고 하는 부분은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KDI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KDI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추경은 당연히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추경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 총재가 제기한 추경 논의에 국회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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