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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늘픔가치 박상원 대표, 지역사회 돌봄의 마중물이 되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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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단법인 늘픔가치 박상원 대표, 제공-늘픔가치]

[이코리아] 약 오냠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약사단체가 있다. 다수가정에서는 먹지 않은 약들이 쌓여있곤 한다. 그러다가 같은 증상이 재발했다 생각될 때 다시 찾아 먹곤 한다.

약, 이렇게 자의대로 복용해도 될까? 약국 밖으로 나와 주민을 만나는 ‘마을 약사’는 이러한 질문에 해답이 될 수 있다.

사단법인 늘픔가치는 지역사회 안에서 약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를 고민하고 그걸 서비스의 형태로 시도하는 곳이다. 마을 약사와 주민을 연결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돌봄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설립됐다.

지자체와 연계해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약료’와 종합사회복지관 같은 복지기관에서 직접 복약지도를 하는 ‘찾아가는 복약상담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방문약료 서비스’란 건강취약계층 등에 약사가 방문하여 대상자 상황에 맞게 복약지도 및 포괄적인 의약품 사용관리 등의 사회적 약료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대상자를 의료전달체계 및 복지전달체계에 연계, 협력하는 활동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하는 ‘제6회 대한민국 체인지메이커’ 시상식에서 박상원 대표가 복지 분야 체인지메이커로 선정되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추가로 수여됐다.

<이코리아>는 20일 박상원 사단법인 늘픔가치 대표를 만나 통합돌봄을 위한 약사들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늘픔가치’ 이름이 가진 의미가 궁금합니다.

‘늘픔’이라는 말은 순우리말인데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이란 뜻이에요. 이 말은 보통 어떤 사람한테 ‘늘픔 없는 놈’ 이런 식의 표현으로 좀 부정적인 거랑 이렇게 붙여서 많이 쓰이곤 하는데, ‘늘픔’이라는 뜻은 상당히 되게 진보적이고 발전적인 뜻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좋게 발전할 가능성 있는 가치란 뜻으로 ‘늘픔가치’로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 사단법인 늘픔가치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가 ‘늘픔’이란 말을 알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 ‘늘품’이라는 약대 연합 동아리가 만들어지면서예요. 늘픔 동아리를 통해 동대문 쪽방촌에 주말 투약 봉사를 나가게 되었는데, 제가 처음 태어나고 살고 있던 서울이라는 곳에 이렇게 빈민의 모습이 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이 있었어요. 5~6년간 지속해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그분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점점 개인사들을 얘기해 주시는데 그런 얘기 속에서 한국에 이제 근현대사가 녹아 있는 거예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급격한 경제 성장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혹은 실패했던 어떤 도전에 실패했던 사람들의 처지 이런 것들에 대해 실제로 보게 되면서 자본주의의 이면이라든지 경제 성장의 그늘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결국 ‘차별 없이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면 좋겠다’라는 꿈을 가지고 되었고, 같은 이상을 가진 약사들 모아 ‘늘품 약사회’라는 새로운 단체를 구성하게 되었어요

늘품 약사회에서 사회 공부도 하고, 사회 안에서 약사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면서 ‘지역사회 아픈 사람으로부터 돈만 버는 약국이 아니라 건강으로 돌려주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2012년 관악구 신림동에 뜻이 맞는 약사들이 공동체 방식으로 늘품 약국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늘품 약국은 약국장이라는 사람이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고 모두가 일한 만큼 인건비를 받아 가고 나머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였어요. 지역의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에게 현금 후원을 한 적도 있고, 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단체에 기부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의 나눔을 실현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지역사회의 건강과 관련된 각종 네트워크나 회의 자리에 참여하면서 ‘이 일에도 약사가 꼭 들어가야 하는구나. 약국을 운영하면서 과외 시간에 하는 활동이 아니라 이 일을 메인으로 하는 지역사회에 관해 전문성이 가진 약사가 필요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독립한 어떤 단체 혹은 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사진-마을약사에 대한 강연중인 박상원대표, 제공-늘품가치]

◇ 관악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 약국과 지역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 안에서도 시민단체 활동이 활발한 관악구, 성북구, 은평구 등을 고려해 약국 자리를 열심히 물색하다보니 관악구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 지역마다 약국은 많이 있는데, 마을약사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우리나라가 뭔가 1차 2차 3차 의료 체계가 되게 구분이 확실하고 주치의 제도나 이런 게 확실히 된다면 저는 필요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의 혜택으로 주민들이 선택권이 되게 많아요. 내가 이 병원 가도 되고 저 병원 가도 되고 과마다 골라갈 수도 있고 1차 2차를 선택해서 가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약을 너무나 여러 군데의 병원을 통해서 처방받아요. 고령으로 갈수록 훨씬 더 심하고요. 그래서 이제 결국은 환자 관점에서 모든 약을 모아봤을 때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이제 준 약들이 약의 중복이라든지 상호작용의 문제들에 더 쉽게 노출이 된다는 특징이 있어요.

먹는 약이 5개가 넘어가면 부적절 처방이라고 해서 상호작용 위험이 있는 의약품이 섞일 위험이 급등하거든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5개를 기준으로 ‘다제약물 복용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수치를 관리해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다제약물 복용자 수가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해요. OECD 평균이 45.7%인데 우리나라는 70.2%로 국민의 대다수가 5개 이상의 약물을 먹는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다지 약물 복용자는 그 10종 이상으로 기준을 아예 높게 봐요. 심지어 우리나라 60대 이상 환자 중 122만 명 이상이 10개 이상의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오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은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상호작용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해요.

제가 약국에만 있을 때는 내가 오늘 지은 약에 대한 거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어요. 처방전 안에 문제는 없는지 이 사람의 나이나 그런 노화 정도라든지 혹은 성별에 따라서 흡연 여부에 따라서 그런 이 사람과 이 처방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검토했어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환자들은 이 약국 저 약국의 약을 한 번에 먹게 되고, 결국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일반적으로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를 통해 중복되는 약 처방이 예방된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아닌가요?

실제로 병원도 그렇고 약국도 그렇고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이제 타 진료를 받은 내용을 볼 수가 없어요. DUR은 자체는 훌륭한 서비스지만 누락이 많이 있어요. 모든 의약품이 조회되는 시스템이 아니고 중복 물질 알람을 띄워주는 형태예요.

예를 들어 진통제에도 종류가 많은데 나프록센이라는 약을 치과에서도 처방받고 정형외과에서 처방받았다 그러면 성분이 같은 물질에 대해서 알람을 주는 거죠. 근데 이 병원에서는 나프록센, 다른 병원에서는 덱시오프로펜이라는 다른 성분을 줬다 하면 진통제가 중복되지만, 성분이 다르므로 거르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이제 완전한 성분의 중복은 우리가 지금은 피할 수가 있는데 효능의 중복은 거르기가 어렵고 그거는 사실 자동화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들이 약을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문제인데요. 대다수의 환자분이 병원에서 약을 탈 때는 ‘당장 아파서 약을 먹지만, 남은 약은 나중에 두고 먹어야지’라는 심리가 상당히 강한데 이걸 처방하는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그러한 고려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5일 치 약을 주면 이제 5일이 지나면 이 약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대부분 생각을 하는데, 실상은 그 반대죠.

결국 남아 있는 약들이 나중에 다시 처방받는 약과의 상호작용이 생기는 상황이 생기고 그렇기에 복용하는 현장에서 검토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가장 효율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런 방식이 지금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지향하는 ‘내가 사는 집에서 노후를 맞이하는 사회’를 위해 전문 인력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결이 맞기 때문에 마을 약사가 미래에는 훨씬 더 수요가 많아지는 직업일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 복약지도는 주로 어르신들 위주로 하시나요?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청년들 같은 경우 상담해 보면 약 많이 안 먹을 것 같지만 영양제를 정말 많이 먹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영양제가 이제 영양제이니만큼 약처럼 어떤 즉시 어떤 변화를 일으키진 않거든요. 그러면 아 이것도 잘못 샀나 하고 또 다른 제품을 사고 이렇게 또 이제 연쇄적인 과소비가 일어나는 거죠.

내가 먹는 약에 대해서 좀 더 정확히 알고 내가 가진 질병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하면 좀런 잘못 쓰는 비용들을 좀 줄일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 몸을 잘 알아야지 외부에서 오는 정보에 휩쓸리지 않기 때문에 자기 건강에 관심을 두게 하는 질문을 계속하는 식으로 상담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약 먹었을 때는 어땠어요? 그러면 이약을 줄이면 어떻던가요?” 이런 식으로 내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좀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복약 상담의 효과인 것 같아요.

◇ 이러한 활동들이 지속되려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현재는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시나요?

저희 사업은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스타트업을 돕는 재단이나 기관들이 열어주는 공모 사업에 지원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어요.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마을 약사가 일종의 새로운 약사의 직업군으로 인정이 되어 병원에서 하는 복약 지도, 약국에서 하는 복약 지도 그리고 지역에서 하는 복약지도로 공인화 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된다면 지자체로부터 우리 기관도 수가를 받으면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겠죠.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올해 관악구청에서 의료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가정 방문을 하는 사업을 같이 진행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많은 곳에서 이렇게 협력할 수 있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면 마을 약사에 대한 정책도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찾아가는 복약상담소에서 인상 깊었던 사례는 어떠한 것이 있나요?

한 어르신이 복약상담소에 오셨는데 혀가 검게 변해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아버님 혀가 왜 그러냐고 뭐 드셨냐?”라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본인 혀가 검은지 자기는 모른대요. 그래서 상담하다 보니까 혼자 사시는 분인데 집에 거울이 없다, 요양보호사 서비스도 안 받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처방받은 약을 살펴보니 혀가 검어진 이유는 곰팡이균에 감염이 됐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분이 가져온 처방전을 보니 치료하는 약이 들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치료 약을 쓰고 있으시냐?”라고 물었더니 “썼는데 효과가 없어서 안 썼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썼는지를 물어봤어요. 그 약은 곰팡이균 치료를 위해서 입에서 물고 있어야 하는 약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르신께서 “칫솔에 약을 이렇게 찍어서 혀를 박박 닦았는데 안 닦인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몇 번 그렇게 했는데 나아지지도 않고 해서 그리고 아픈 것도 아니고 입맛에도 변화가 없고 하니까 그냥 중단하셨던 거예요.

이 사례를 듣고 총체적인 문제점을 꺠달았어요. 그분을 가까이서 관찰해 주고 혀가 검어지는 거에 대해서 알아채고 촉진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고, 약국에서의 복약지도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도 문제였죠. 약의 사용법에 대해서 간단히 입에 물고 있다 뱉어내시면 돼요. 이렇게 간단히만 진행했을 때 그러면 묻혀서 닦아도 똑같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늘픔가치는 마을로 향하는 약사들이지만 이 약사들의 활동이 효과적으로 되기 위해선 반드시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 유기적이라면, 소통의 중요성을 뜻하는 건가요,

네. 방금의 사례에서처럼 이 약이 어떻게 치료하는 거고 언제쯤 치료가 될 거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할아버지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드렸다면 조금 더 치료 효과를 좀 볼 수 있었을 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게 어떤 한 약국이 잘해서 될 문제가 아니구나. 약사와 상담이 끝났을 때 이 일을 좀 잘 지켜봐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나 혹은 요양보호사분들의 보살핌이 뒤따라져야 건강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약국이 지역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지자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협력 구조가 된다면 각자의 부담은 낮추고 효율은 높이면서 건강사회를 위한 안전망이 좀더 튼튼해질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약국 약사에서 마을 약사로 변화를 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마을이란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공동체 의식이 많이 사라진 현대에서 마을이란 공동체가 제가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알려주는 등대 역할을 해주었고, 그것이 제게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마을약국이 공동체 모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마을 약사를 만나면 약사와 상담만 하는 게 아니라 육아의 문제라든지 집안 환경의 문제, 관계의 문제까지도 도움받을 수 있는 그런 장소요. 늘품가치가 그런 허브 역할을 충실히 해 통합 돌봄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기관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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