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참나무 꽃(수꽃); 아래를 향해 달린다.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출처=들꽃세상.
[이코리아] 올해는 꽃샘추위가 유독 기승을 부리는 듯하다. 며칠 전, 갑자기 내린 눈 때문에 봄을 알리는 백목련의 꽃봉오리가 노랗게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4월이 시작되었지만, 올해 봄은 유독 천천히 오는 듯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필자는 봄이 되면 알레르기로 고생하는데, 특히 결막염으로 눈이 가려운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다. 4월 중순이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로 힘든 시간이 시작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봄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가 꽃가루다. 봄을 대표하는 개나리와 진달래 같은 화사한 꽃들이 있지만, 실제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은 자작나무과와 참나무과의 나무들이다. 이들은 겉보기에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고, 가지가 늘어진 형태로 은밀하게 꽃을 피운다. 언뜻 보면 꽃이 피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화사한 꽃을 피우는 꽃나무들이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갈참나무도 은밀한 꽃을 피우는 나무다.


갈참나무 꽃(암꽃);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출처=들꽃세상.
갈참나무 열매(미성숙); 가지 끝에서 모여 발달한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갈참나무 열매(성숙); 열매 아래 각두(컵)가 발달한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갈참나무 잎; 두꺼운 가죽질 느낌이 난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갈참나무라는 이름은 참나무 중에서 잎을 깔개로 사용했던 데서 유래했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 참나무 중에서 큰 잎을 가지고 있으며, 그 크기는 30cm에 이른다. 두꺼운 잎의 표면은 짙은 녹색이지만, 잎 뒷면은 분백색을 띠고 있어 반전 매력을 지닌다. 꽃은 이른 봄 새 가지에서 피며, 수꽃은 여러 개가 술을 늘어뜨린 것처럼 아래를 향해 달린다. 암꽃은 가지 윗부분에 말미잘 모양의 갈라진 암술이 달린다.
갈참나무의 꽃은 우리가 흔히 아는 백합이나 장미처럼 꽃잎이 없으며, 수꽃은 수술이, 암꽃은 암술이 주를 이루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꽃의 모양이 단순한 이유는 꽃가루를 이동시키는 방법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갈참나무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꽃가루를 효과적으로 옮기기 위해 곤충이 아닌 바람을 이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바람이 불면 수술에 달린 꽃가루가 날아가고, 말미잘 모양의 암술머리가 이를 붙잡아 꽃가루받이를 한다. 화려한 꽃잎이 바람을 이용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갈참나무는 단순한 꽃 형태를 선택했다.



떡갈나무 꽃(수꽃); 아래를 향해 달린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떡갈나무 열매(성숙); 열매 아래 각두가 수사자의 갈기를 닮았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떡갈나무 잎; 잎의 전체에 보송보송한 털이 발달한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갈참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떡갈나무가 있다. 떡갈나무라는 이름은 떡을 싸거나 바닥에 까는 깔개로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떡갈나무의 잎을 만지면 보송보송한 느낌이 나는데, 이는 잎에 털이 많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떡갈나무의 열매도 독특한 모양을 띠는데, 도토리 열매 아래쪽에 수사자의 갈기처럼 생긴 각두가 발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떡갈나무 역시 갈참나무와 마찬가지로 길게 늘어뜨려진 수꽃과 말미잘 모양의 암꽃을 피운다.

신갈나무 꽃(수꽃); 아래를 향해 달린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출처=들꽃세상.
갈참나무, 떡갈나무와 유사한 신갈나무가 있다. 신갈나무는 우리 숲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로, 나뭇잎을 신의 밑장에 깔아 쓴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떡갈나무와는 달리 잎 뒷면에 털이 적어 비교적 매끈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전국 산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신갈나무는 앞서 소개한 갈참나무와 떡갈나무처럼 바람을 통해 꽃가루가 이동하는 방식으로 꽃가루받이를 한다.



신갈나무 꽃(암꽃); 가지 끝에 말미잘 모양으로 발달한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신갈나무 열매(성숙); 열매 아래 각두(컵)가 발달한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신갈나무 잎(어린잎); 봄에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출처=들꽃세상.
갈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는 봄철 우리 숲에서 은밀하게 꽃을 피우는 우리나무이다. 이들은 숲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가을에는 다양한 모양의 도토리를 열어 숲속 동물들에게 먹이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뜻한 봄, 우리 숲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갈참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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