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서울 도심 아파트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대출 없이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한국형 리츠(부동산투자회사, REITs)’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리츠를 활용한 주택 소유 및 임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정부가 한국형 리츠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가계대출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부동산 신용 규모는 1,932조5천억 원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49.7%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대출 잔액의 비율도 2017년 13.1%에서 2023년 말 24.1%로 높아졌다. 이는 생산적인 기업 투자나 혁신산업보다 자금이 부동산 매입에 과도하게 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은 최용훈 금융시장국장은 지난 3일 ‘부동산 신용집중 공동 정책 콘퍼런스’에서 “부동산으로의 신용 쏠림은 소비 위축, 자본 생산성 저하 등을 통해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며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급격한 차입축소(부채정리)가 나타나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와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국형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가 아파트를 공급하면, 주택 수요자가 해당 아파트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월세를 내며 거주하는 방식이다. 구조는 반전세와 유사하지만, 수요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월세 부담을 점차 줄일 수 있다. 또 집값이 상승하면 본인이 보유한 지분만큼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성과 실거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한국형 리츠는 특히 청년·무주택자에게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주거 사다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분 일부만 매입하고 입주할 수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이 낮고, 거주와 동시에 투자자로서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후 지분을 되팔거나 점차 늘려가며 실질적인 주택 소유로 나아갈 수도 있다.
또한 리츠는 투명한 금융구조와 감시 체계 아래 운영되기 때문에, 불안한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같은 위험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츠가 단기적인 시장 수요나 정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거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국형 리츠가 수익을 내려면 일정 수준의 임대료 수익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을 저렴하게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집값이 하락하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지분을 원하는 때 원활히 매각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지분을 쌓아가는 구조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월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런 현실적 제약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를 설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개발 가능성이 큰 지역의 주택을 리츠가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재건축 과정에서 공급되는 임대 물량을 리츠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제 혜택, 우선 입주권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한국형 리츠가 초기 정착 과정에서 어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지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2000년에 ‘J-REITs’ 제도를 도입하여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소액 투자자들이 오피스, 상업용 건물 등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J-REITs는 법인세 면제, 등록면허세 면제, 취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통해 조기 정착을 유도하였으며, 이를 통해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자산 유동화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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